우리는 불행처럼 우리를 자극하는 책들, 다시 말해 우리에게 아주 깊이 상처를 남기는 책이 필요하다. 이런 책들은 우리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느껴지고, 사람들로부터 격리되어 숲으로 추방되는 것처럼 느껴지고, 심지어 자살처럼 느껴질 것이다.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 나는 이렇게 믿고 있다. 카프카의 말이다.
자극하는 책, 상처를 남기는 책을 좋아한다.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찾아 읽었다. 철학책이 그러했고 심리학 책들이 그러했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 그간 내가 생각했던, 내가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것들이 온통 부정당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의 의심이 시작된다. 맞다와 틀리다로 머릿속이 하루 종일 난리가 난다. 이런 글들이 읽은 날이면 하루 종일 머리가 아팠다. 쉽게 피곤해졌다. 가끔 몸에 열도 났다. 때론 열 받기도 했다. 밥맛도 없어졌다. 부정하지 않으려고 내 생각은 발버둥 쳤지만 결국엔 타협했다. 읽지 않았으면 모르고 편히 살 수 있었을 텐데 구태여 찾아 읽었으니 예전의 나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분량 대비 건질 게 없다는 이유로 소설책을 멀리했다가 최근에 다시 소설책에 손이 간다. 술술 읽혀야 할 소설책도 이제는 잘 읽히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읽다 보면 오만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문학이 자유의 언어라고 칭하는 이유를, 자유롭게 사유된 것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면 안 된다는 몽테뉴의 말이, 왜 미치광이 소설 돈키호테가 최고의 작품으로 칭송받는 것도 이유가 지금은 모두 이해가 된다. 3년 독서의 결실이라면 결실이다.
실로 오랜만에 뇌를 자극하는 책을 두 권을 만났다. <위대한 시크릿>과 <에니어그램의 지혜>. 서로 다른 제목의 두 책은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이라는 것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위대한 시크릿>은 채워질 듯 채워지지 않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근원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고 <에니어그램의 지혜>는 무한한 우주인 나를 탐험하는 책이다. 책은 내가 선택하지만 책도 나를 선택한다. 책 읽기의 여정은 정말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내 맘대로 절대 흘러가지 않는다.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한 것들이 더 생긴다. 세상의 모든 재밌는 것들은 책 속에 다 있는데 사람들이 그걸 몰라서 가끔 답답하다. 나라도 나서서 알려줘야겠다. 알려줘야 내 맘도 편하니까. 그게 나의 일이니까.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 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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