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독서 메모를 시작했어.’ 주영이가 단체 카톡방에 글을 올렸다.
‘기특해. 누굴 닮아서 이렇게 기특한 딸이 태어났을꼬.’ 합작이 거든다.
‘부럽다. 우리 아들도 좀 나를 따라 해 줬으면.’ 지애가 질투한다.
매일 밤 일하고 돌아온 엄마가 잠들기 전에 꼭 하는 일을 어느 날 딸이 목격했다. 힐끗 보니 노트에다가 정성껏 뭘 쓰는 것처럼 보였다. 뭘 쓰는 거지 하며 궁금해졌을 것이다. 잠잘 시간도 모자란다고 평소 불평하던 엄마가 사뭇 진지하게 하는 모습에 딸은 의아했을지 모른다. 저걸 왜 할까 딸은 혼자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다 끝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엄마 노트를 훔쳐봤을 것이다. 노트를 본 딸은 그냥 책 내용을 옮겨 적은 거네 하고 확인한 뒤,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눈으로 책을 읽으면 되지 이걸 왜 또 적는 거야. 엄마는 왜 쓸데없는 걸 하는 걸까 하면서. 혼자 생각했는데 도무지 답을 못 찾다가 결국 어제 엄마 옆에서 앉아서 엄마를 따라 했던 것이다.
나란히 올라온 두 장의 노트 사진을 보니 뿌듯했다. 엄마 주영의 글씨는 힘 있고 딸의 글씨는 단단해 보였다. 엄마의 힘과 단단함이 그대로 딸에게 대물림된 것이라 생각한다.
하루 두줄 메모 습관반 4기를 시작한 지 겨우 보름이 지났다. 하루 두줄 메모 습관반은 하루에 두 줄씩 손글씨로 메모하고 인증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이다. 3기까지는 디지털 타이핑 인증도 인정해줬는데, 4기부터는 바꿨다. 손글씨만 인정하는 걸로. 바꾸길 잘했다. <최고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책에서 영감을 얻어 조금 어렵게 변화를 준 것뿐이다.
손글씨는 키보드로 타이핑할 때보다 시간이 두 배 더 든다. 대신 두 배 더 애정이 생긴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정성이 들어간다. 애정과 정성이 들어가면 애틋해진다. 애틋해지면 더 보고 싶어 진다. 어린 왕자에게 꽃이 소중해진 이유와 같다.
<책벌레와 메모광>에서 정민 교수는 말한다.
책은 눈으로 볼 때와 손으로 쓸 때가 확연히 다르다.
손으로 또박또박 베껴 쓰면 또박또박 내 것이 된다.
눈으로 대충대충 스쳐 보는 것은 말달리며 하는 꽃구경일 뿐이다.
베껴 쓰면 쓰는 동안에 생각이 일어난다.
덮어놓고 베껴 쓰지 않고 베껴 쓸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먼저 저울질해야 하니 이 과정이 또 중요하다.
베껴 쓰기는 기억의 창고에 좀 더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위력적인 방법이다.
또 베껴 쓴 증거물이 남아 끊임없이 그때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각성 효과가 있다.
초서의 위력은 실로 막강하다.
변화는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온다. 주영의 변화가 다른 사람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의 자극제가 되고 동기 부여가 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임. 앞으로 더 좋은 모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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