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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는 것과 매일 쓰는 것, 뭣이 더 중할까?

by 오류정 2021.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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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점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사주팔자를 봐주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연예인 팔자네.'

'오~~~ 제가요?'
'하는 일이 뭐요?'
'지금 행사 촬영하고 있습니다.'
'잘 맞네.'
'가끔 노래도 불러요. 합창단에서.'
'잘 맞네.'
'춤도 춥니다.'
'잘 맞네.'
'글쓰기는 어때요 선생님?'
'음..... 어디 보자. 글쓰기는 아녀.'
'네? 아니라고요.'
'응, 글쓰기는 안 맞아.'

글쓰기는 나랑 안 맞는구나.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안 맞는 걸 억지로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 하다 보면 결론이 나겠지. 남의 말만 듣고 안 하면 아무것도 못되겠지. 그래서 억지로 써보기로 했다.

새하얀 모니터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머릿속이 새하얗다. 뭘 쓰지. 뭘 쓸까. 타이핑을 했다가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매일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잘 쓰지는 못한다. 어릴 적 일기 쓰기를 싫어했고 방학 숙제도 겨우 제출했었다. 글쓰기로 입상 경력도 없다. 문예 창작과를 졸업한 것도 아니다. 출판사에서 일을 한 적도 없다. 회사에서 글을 쓴 것도 이메일이 전부다. 그래서 잘 쓰는 건 포기했다.

어떻게 하면 매일 글쓰기가 좀 더 쉬워질까? 소재가 많으면 되겠다 싶었다. 소재를 어디서 찾지? 유튜브를 보던지, 영화를 보던지, 책을 읽던지 뭐라도 하면 소재가 생긴다. 시간을 따로 빼놓는 것도 해야 한다. 마감 시간도 정해야고 마감을 맞추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시작 노트>에서 피터 킴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매일 쓰려면 포기해야 하는 한 가지가 있다고. 그것은 바로 퀄리티.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명쾌한 답을 얻는다. 맞다. 퀄리티도 포기해야 한다. 매일 글을 쓰려면 해야 할 것도 포기해야 할 것도 참 많다. 정말이다.

오늘도 하얀 모니터 앞에 앉아서 무엇을 쓸까 머리를 쥐어짠다. 단체 카톡방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넷플렉스를 열어서 재미난 게 없나 이것저것 재생해본다. 유튜브도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두 시간쯤 시간을 썼다. 그리고 이 글이 완성됐다. 어찌 됐건 난 써냈다.

매일 글쓰기는 노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노력. 신점 선생님은 글쓰기가 나랑 안 맞는다고 했다. 틀렸다. 나랑 잘 맞는다. 왜냐하면 난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난 잘 안다. 노력은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나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 글도 차츰 나아질 것이란 걸. 결국 나도 작가가 될 것이란 걸. 오늘도 정 작가를 꿈꾸며 난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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