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마라.”
“네.”
“니는 항상 말만 잘하니.”
옛말에 ‘남아일언 중천금’이란 말이 있는데 어릴 적 나에겐 말은 ‘남아일언 중일금’도 안 되는 존재였다. 이런 날 진작에 알아보셨는지 아빠는 쿨하게 인정해주셨다. 말만 잘한다고. 친구들은 고맙게도 이런 내게 별명을 지어줬다. ‘정말만.’
그렇다. 상상하는 그대로다. 말만 잘한다는 뜻이 내포된 별명이다. 어릴 적, 그러니까 20대까지 난 말 바꾸기 선수였다. 창조적 거짓말의 달인이기도 했다. 10초 한 번씩 마음의 날씨가 변덕을 부릴 때마다 말도 바꿨다. 약속 장소를 놓고도 변경을 한 10번쯤, 메뉴를 가지고는 20번쯤 바꾸기를 잘했다. 약속 취소는 셀 수 없었다. 이렇다 보니 친구들은 점점 내 말을 믿지 않았다. 나중엔 약속을 아예 잡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군대를 다녀오면 정신을 차릴 줄 알았는데 여전했다. 30대도 변한 건 없었다. 40대가 되어 변하기 시작했다. 책을 만난 뒤부터였다. 얼마 전 초등학교 단짝 친구를 만났다. 의아한 표정으로 친구는 말했다.
“사람이 좀 달라진 것 같네. 책 때문이냐.”
예전에는 말만 잘했다. 지금은 한 가지를 더 잘한다. 한 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말을 지키려는 노력을 1도 안 했던 사람이 그걸 지키려니 어려움은 3박 4일을 말해도 부족할 정도지만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어려움은 줄었다. 그간의 노력 덕분인지, 요즘은 말한 뒤, 바로 무언가를 한다. 말을 하거나 약속을 잡으면, 스케줄러에 일정을 등록하고 단톡방을 만든다. 알람 설정도 꼭 한다. 요즘 만난 사람들은 내게 이런 말을 한다.
“어쩜, 그렇게 행동이 빠르세요.”
절대 바뀔 것 같지 않던 사람도 바뀌게 해주는 책은 정말 신기한 마법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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