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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북토크에서 생긴 일

by 오류정 2022.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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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제가 지금 소설 공부 중인데, 매일 선생님께 혼나요. 선생님께서 문장이 이어지지 않고 툭툭 끊긴다면서 혼내시는 데 전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어제 정지우 작가님의 출판 강연회에서 한 참가자가 물었다. 질문자는 자신이 소설을 공부하는 학생인데 요즘 선생님께 계속 혼이 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데 선생님께 혼나면서 도무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구체적인 서술 없이 단답식으로만 툭툭 끊기는 문장을 쓰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참가자의 질문을 귀담아들은 정지우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글쓰기는 맥락 만들기죠.' 

정지우 작가는 예를 들어 설명했다. 지금 여기 모인 모두의 상황부터 살펴보자며 운을 뗐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정지우 작가의 출판 강연회에 와 있다. 이걸 만약 글로 쓴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어떤 이는 이렇게 쓸 것이다. '오늘 정지우 작가의 북 토크에 참가했다. 멋진 강의를 들었다.' 이렇게 쓰는 것이 질문자의 글인 것 같다고.

만약 정지우 작가라면 이렇게 쓸 것이라고 했다. 신촌에 한겨레 교육을 가기 위에 지하철을 탔다. 오랜만에 방문하는 신촌이었다. 옛날 추억이 떠올랐다. 그간 신촌은 많이 변해 있었다. 거리 곳곳이 낯선 풍경이었다. 어떤 건물은 그대로였고 어떤 건물은 아예 사라졌다. 바람은 시원했고 날은 화창했다. 기대를 안고 도착한 한겨레 교육의 풍경은 이랬다. 참가자들은 모두 적극적이었다. 눈빛이 모두 초롱초롱했다. 참가자들의 태도에 더 열심히 강의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등등.

질문자는 정지우 작가의 답변을 이해했을까? 나 또한 질문자처럼 뚝뚝 끊기는 문장을 쓴 적이 있었다.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던 시기였고 뭔가 내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들을 무작정 나열하기 시작했다. 무작정 쓴 글을 자랑스럽게 발행했다. 이대로만 쭉 이어 나간다면 언젠가 작가가 될 것만 같았다. 

오산이었다. 그런 일은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혼자 글 쓰다 작가가 되는 일은 나에게 일어나질 않았다. 브런치에 지원해 7번 떨어진 뒤에야 현재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게 되었다. 브런치란 글 쓰는 사람, 출판 관계자들이 많이 모여있는 글쓰기 플랫폼이다. 이곳에서는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 일 년에 2번씩 브런치 북 이벤트를 개최한다. 브런치 북 이벤트는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출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올해 하반기 이벤트는 8월 말에 개최된다. 

글쓰기는 번역이다. 모든 글쓰기가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은 해당한다. 나만의 슬픔, 기쁨, 분노, 생각을 모두가 이해하는 언어로 바꾸는 일이 글쓰기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다. 나만의 슬픔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면 어려울 일은 없다. 하지만 소통이 안된다. 글을 읽은 독자는 생각할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을 쏟아낼 것이다. 거꾸로 원활하게 소통이 된다면 글을 읽은 독자는 무언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글쓰기의 기본은 소통이다. 글이란 글로 상대와 소통하는 일이다. 소통이 불통이 되지 않으려면 처음 글을 읽는 독자라도 이해가 되도록 써야 한다. 내 글을 읽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 상대에게 친절히 설명하는 일, 상대를 배려하는 일이 곧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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