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를 잡으면 무대용 자아에 튀어나와 나조차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마이크만 잡으면, 마이크를 잡으면 감정이 요동친다. 마이크를 통과해 스피커를 거쳐 증폭된 소리는 전기에 감전된 듯 짜릿했고 덕분에 감정은 춤을 췄다. 마이크 덕분에 좋았고 많이 울었다.
첫 경험은 고등학교 때였다. 방과 후 지하 2층 동아리 연습실에서 연습했고 일주일에 한 번은 노래방에 갔다. 마이크 앞에서 떨면 안 된다는 이유로,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말도 안 되는 이유 같긴 해도, 그땐 정말 그런 줄 알고 줄기 차게 연습을 반복했던 것 같다. 실력이 있었는지, 운이 좋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당시엔 우스꽝스럽고 재밌었던 기억밖에 없지만 전국 대회에서 덜컥 3위로 입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입상 후 전교생 앞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영광을 얻었다. 또 서울 여러 고등학교 축제에 불려 가기도 했다.
대학생 땐 아예 노래방에서 일을 했다. 하도 노래방에 자주 오니 사장님이 아르바이트를 권했다. 학교 수업은 빼먹어도 아르바이트는 안 빼먹었다. 마이크가 친구였고 하울링과 동거하던 때였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마이크와는 자연히 멀어졌다. 분기에 한 번 정도 그리울 때면 가끔 노래방을 찾았고 실컷 놀았다. 직장을 퇴사한 뒤, 운 좋게 직장인 합창단에서 3년간 활동하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들었고 지금은 그마저도 그만뒀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죄송한데 여기 좀 서주시면 안 될까요.’
프리랜서로 여기저기 행사장 촬영을 다니면, 덩치가 큰 탓에, 사람들에 눈에 잘 띈다는 이유로, 카메라 포커스가 잘 잡힌다는 얘기에 종종 무대로 불려 나가곤 했다. 가끔씩 유민상을 닮았단 얘기를 들었다. 코로나로 행사는 없고 자유가 묵인지 3년째이다 보니 그리움에서 잊힘이 되는 듯하다. 올해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희망 회로를 잠시 돌려본다. 어제는 강서구청 먹자골목 사거리에 밤사가 다시 문을 연 것을 지나가다 우연히 보고 잠시 설레었다. 가서 음악이나 원 없이 듣다가 와야지 생각했다. 근데 들여는 보내주려나 모르겠다.
마이크 이야기를 쓰면서 놀랬다. 마이크에 사연이 많은 나를 발견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닉네임을 오류라 짓지 말고 마이크라고 지어야 맞지 않나 싶을 정도다. 마이크는 사람을 마이 크게 한다. 이렇게 커질 줄 알았으면 적당히 잡을 걸 그랬다. 마이크는 언제나 필요 이상으로 말을 많이 하게 한다. 오늘 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마지막으로 마이크는 말도 안 되는 순간에 눈물을 쏟게 한다. 괜스레 그냥 그렇다. 참 이상하다. 격리가 해제되면 진짜로 밤사에 가야겠다. 진짜다. 4월 5일에 가야겠다. 같이 가실 분은 카톡으로 연락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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