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어정쩡’은 분명하지 않고 모호함, 난처함, 꺼림칙한 태도를 표현할 때 쓰고 ‘어중간’은 중간쯤 되는 곳이나 두루뭉술함, 시간에 덜 맞음, 기준에 덜 맞음을 표현할 때 쓴다고 한다. 이 둘의 의미가 태도를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이 있지만 ‘어정쩡’은 분명하지 않음을 ‘어중간’은 기준이 못 미치거나 중간의 정도에 있음을 뜻한다고 한다.
어정쩡과 어중간은 아무리 봐도 나에게 딱 맞는 단어라는 생각이다. 글을 쓰다 유레카를 외쳤다. 왜냐하면 나에게 딱 맞는 단어를 찾은 셈이고 또 딱 맞는 주제를 찾은 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어정쩡과 어중간으로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일단 어정쩡과 어중간 사이의 인간이 사는 법이라는 주제로 쓸 수 있겠고, 어정쩡과 어중간한 인간이 글 쓰는 법에 대해 쓸 수 있겠으며, 어정쩡과 어중간한 인간이어도 괜찮다는 주제에 대해서도 쓸 수 있겠다.
45년간 한국 사회에서 살았던 어정쩡과 어중간한 인생을 살았던 45년 경험을 녹이면 될 듯하다. 소재로는 어정쩡해서 받았던 상처, 어중간해서 뒤통수 맞았던 일,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못했던 연애, 어중간해서 성과를 내지 못한 일등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동네 산책이 준 글감 선물이다. 오늘 저녁 강구(강서구청 먹자골목)엔 유난히 남자들이 눈에 많이 띈다. 남자끼리 삼삼오오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할까. 일, 연애사, 아니면 가정사, 그도 아니면 그냥 시간 때우기. 가게 안의 남자들의 모습을 보니 예전 내가 보인다. 혹시 그들도 나처럼 어정쩡한 상태를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거리를 지나는 나이 지긋한 분의 얘기가 귓가에 스민다.
“에휴, 용돈도 못주니 이래 살아 무얼 하겠노.” 불안을, 걱정과 근심을 혼자 삭이고 술을 친구 삼는 그들의 안쓰러움이 사뭇 느껴지는 저녁이다. 어깨동무라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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