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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란

by 오류정 2019.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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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어 시작한 일본어 공부는 재밌었다. 공부의 목적은 시험이 아니었다. 여행을 좀 더 즐기기 위해서다. 하루에 한 문장씩 욕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발음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했다. 걸어다니면서, 지하철에서, 화장실에서, 내 방에서, 사무실에서, 버스 뒷 좌석에서, 병원에서, 설겆이 하다가, 청소하다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습했다. 하루에 한 문장씩 3개월을 꾸준히 하니 자신감이 생겼고 공부가 내 적성에 딱 맞는 다는 걸 깨달았다.

공부는 원래 재밌는 녀석이다. 그 동안 내가 몰랐을 뿐. 입시위주 공부만 해왔기 때문에 공부가 고통으로 분류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스스로 하는 새로운 공부는 이야기가 다르다. 스스로 하게되면 기쁨이란 선물을 받게 된다. 지금이라도 공부를 제대로 알게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 매일 신난다.

친한 지인인 철홍이형도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철홍이형은 10년전 보드 동호회에서 처음 알게되었고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가끔 술친구도 되어주는 고마운 형이다. 일본여행 이야기를 몇 번 했더니 ‘석헌아, 나 일본어 공부 시작했다.’ 라며 전화가 왔다. 이제는 혼자 써핑타러 보드타러 일본을 자주 오간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재밌는 공부를 이제서야 알게되었다며 아주 좋아한다. 심지어 주말에 공부를 안하면 샤워후 몸에 남은 물기를 완전히 닦지 않은 것처럼 뭔가 남아 개운하지 않가는 얘기도 한다.

공부는 자존감 회복에 도움된다. 스스로 할 수 있다 해냈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여태 시험위주 공부는 ‘나는 공부를 해도 안되는구나, 나는 왜 이렇게 머리가 나쁠가’ 이런 자책을 하게 만들었다면 스스로 하는 공부는 완전 정반대다. 처음에는 안 쓰던 머리를 다시 써야하기 때문에 머리가 조금 아플 수 있다. 안 쓰던 머리를 쓰려니 머리에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공부를 계속 하다보면 머리가 공부하는 머리로 바뀐다.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기간은 다를 수 있다. 나의 경우는 3개월이었다. 어떤 책에서는 이 기간을 임계점이라 표현한다. 아무튼 이 임계점이 지나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학습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도 해보니까 되는구나, 내 머리가 이렇게 좋았나, 혹시 내가 천재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생기면서 잃어버렸던 자존감이 완벽하게 회복된다.

학교를 졸업하며 다시는 공부는 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지만 사회 생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또 다른 시험을 위해 하기 싫은 공부를 해왔다면 이제는 나를 위한 진짜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떨까?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떠나기 위한 공부,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위한 공부,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위한 공부, 외국인 친구를 만들기 위한 공부, 이런 공부가 진짜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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