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류 찾기/글쓰기

기억은 녹음기가 아니다. 살아 있는 구조물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

by 오류정 2023. 7. 15.
반응형

“흔히 기억이 녹음기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잘못된 생각입니다. 기억은 살아 있는 구조물입니다. 크기가 무한대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골조를 갖고 있어요. 우리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그것을 극복하면서 더 많은 자극을 생성할수록, 골조는 점점 더 커집니다. 골조가 커질수록 학습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지죠.”

UCLA 심리학과 교수 로버트 비욕의 말이다. 비욕 교수는 평생 동안 기억과 학습이라는 문제를 연구해 온 사람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착각한다. 자신이 무언가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머리가 나빠서라고. 틀렸다. 기억하는 방식을 모르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험 예시를 살펴보자.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헨리 로디거 Henry Roediger 교수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자연사自然史에 관한 자료를 공부하도록 했다. A그룹은 네 차례에 걸쳐 공부했고, B그룹은 한 번만 공부했지만 그 대신 시험을 세 번 봤다. 일주일 후 두 그룹은 같이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어땠을까?

B그룹 점수가 A그룹보다 50퍼센트 더 높았다. B그룹은 양적으로 A그룹의 4분의 1밖에 공부하지 못했지만 훨씬 더 많은 지식을 습득했다. 로버트 비욕의 제자인 캐서린 프리츠라는 학생은 이러한 실험 결과를 본인의 학업에 적용했다. 캐서린은 평소 하던 양의 절반밖에 공부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이 100퍼센트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흔히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연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건 정말이지 형편없는 학습 방식입니다.”

바보 같아 보일 만큼 수없이 실수를 허용할수록, 즉 정확히 목적에 맞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수록 더 많이 향상된다. 혹은 약간 다르게 표현하자면 속도를 늦추고 실수를 하면서 그 실수를 교정하는 의도적인 과정을 되풀이할수록 결국은 본인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점점 더 민첩하고 우아한 스킬을 습득한다. 마치 얼음으로 뒤덮인 비탈길을 오를 때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같다.

기억하자. Easy come, easy go.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