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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계속했습니다

by 오류정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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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계속했습니다. 예전 삶은 생각도 하기 싫을 만큼 비루했습니다.

월급날만 기다리며 업무 시간엔 시간만 때우려 하고 주말에 놀 궁리만 하는 직장인, 월요일 출근이 미치도록 싫어서 일요일 낮부터 술 마시던 남자, 부모님 잔소리로부터 매일 도망만 다니던 장남, 약속 없음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어떻게든 스케줄을 만들려고 애쓰던 사람, 내 주변에 사람이 이렇게 만다는 걸 과시하고 싶던 과시남, 사람들의 칭찬에 목말라했던 관종, 살찐 내 몸을 부끄럽게 생각한 초라한 사람, 현실을 인정하기보단 피하고자 매일 술을 찾던 알코홀릭, 거하게 취하면 먼저 계산하며 혼자 좋아라 했던 멍청이, 돈 없으면 신용카드 빚을 내서라도 계산하고야 말던 못난 사람. 10년 전에 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착각의 감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던 노답 인생.

이런 저를 구원해준 게 책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배신하고 떠났지만 책만은 제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힘들 땐 위안과 용기를, 때론 따끔하고 엄청난 질책을, 가끔은 선물을 줬습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더니 책이 알아서 저게 계속 뭔가를 줬습니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했던 가면을 내려놓게 해 주었고 미움, 시기, 질투로 꽁꽁 둘러싼 나를 돌아보게 정면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고 이런 나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워낙 쓰레기 같은 삶을 살았던지라 주변엔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없는 제 옆에서 책은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었습니다. 그렇게 저를 조금씩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 합니다. 사람은 안 변한다 합니다. 그런데 예외는 있습니다. 책을 스스로 찾아서 읽은 사람은 변할 수 있습니다. 건성건성 한다면 어렵겠지만요. 배우려는 마음 가짐과 절실한 태도로 책을 읽는다면 누구나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변하고 싶어서 절실하게 읽었습니다. 그렇게 매일의 시간이 쌓이니 절대 안 별할 것 같은 제 삶도 변하더군요. 시간은 정말 정직합니다.

매일이 행복합니다. 아침이 기다려집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합니다. 하기 싫은 일은 안 합니다. 하고 싶은 일만 합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건강한 음식을 매일 차려 먹습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은 선에서 운동도 합니다. 충분히 잠을 잡니다. 매일 방을 청소합니다. 나에게 좋은 책을 읽습니다. 읽다가 감동적인 구절을 만나면 씁니다. 혹 나 같은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인스타그램에 쓴 글을 올립니다. 책에서 받은 선물을 나누고자 단체 카톡방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도록 돕습니다. 제가 읽고 좋았던 책들을 소개합니다. 책에서 발견한 도끼 같은 문장을 공유하고 용기 내라는 말도 건네고 칭찬도 하며 가끔 선물도 합니다. 책에서 받은 은혜를 다 갚을 순 없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서 하고 있습니다. 남은 평생 이렇게 살려고 합니다.

저는 지금 더할 나위 없는 삶을 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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