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시작만 잘해. 결과가 없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관심은 많은데 끈기가 없어.'
부모님께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랐다. 친구들은 내게 이렇게 얘기했다.
'석헌아, 넌 이해력이 탁월한 것 같아.'
'소화력이 타고났나 봐~.'
'인간 복사 긴가 봐.'
'넌 네가 아는 걸 남한테 설명하는 걸 잘해.'
지난주 경험 수집 잡화점 토요일 SNL 특강 강사로 만난 선진님께 연락을 드렸다.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고 날짜를 잡아서 장장 2시간 동안 상담을 받았다. 선진님이 질문하는 대로, 내 생각을 두서없이 떠들었는데 잘 듣고 아래 그림처럼 한눈에 정리를 해주셨다.
'다재다능'
단어는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된다. 부모님 눈엔 끈기 없는 아들로, 친구들의 눈엔 재능 많은 아이로, 자신의 눈엔 사회 낙오자 혹은 비 사회인으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성공에 이르는 유일한 길로 여겨지며 심지어 아주 근사하게 묘사된다. 실제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생명을 살린다는 꿈을 위해 노력한 의사의 이야기나 열 살 때 첫 소설을 쓴 작가의 이야기 등을 항상 들어오지 않았던가. 이런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준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진짜로 존재(나는 한길만 걷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그 어떤 악의도 없다)하기는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삶의 방식과는 맞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적인 상황과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단 하나의 진정한 천직’이라는 로맨틱한 개념을 믿도록 학습되었다. 즉 우리 모두에게는 준비된 한 가지 훌륭한 직업이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운명적으로 말이다!
만약 당신이 이런 삶의 방식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신이 여러 분야에 호기심이 많으며,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도 많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한 가지 직업에 정착할 수 없거나 그럴 의지가 없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들처럼 ‘하나의 진정한 천직’을 찾지 못해서 삶에 목적이 없다고 걱정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당신이 여러 분야를 옮겨 다니며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활발히 습득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시도하는 경향을 갖게 된 데이는 아주 타당한 이유가 있다. 당신은 다능인 입니다.
(모든 것이 되는 법, 20p)
태어나 처음 받아본 상담은 '대만족'이었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신청한 게 아니라 단순한 호기심에서 한 일이었다. 선진님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순간순간 아이러니한 내가 보였다. 말로는 여태 혼자서 잘 살았다 대답했는데 어릴 적 부모님께 들었던 말속에 갇힌 나를 발견했다. 갇힌 나는 현재 삶이 불안정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책 한 권 읽었다고 모든 답을 얻을 수 없듯 상담도 마찬가지다. 답은 얻는 게 아니라 찾는 거라고 했던가. 상담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한 덕분에 그동안 의심했던 것들에 약간의 확신이 생겼다. 확신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방향이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를 찾는 여행, 나를 찾아가는 여행, 진짜 나를 마주하는 여행. 다음 주 상담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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