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당연하게 누리던 걷기의 자유가 사라졌다. 지난주 목요일 살사 공연 연습을 위해 3시간가량 춤을 췄다. 목요일 하루 전인 수요일엔 수영까지 한 상태였다. 춤 연습이 끝날 때쯤 정강이에 찌릿했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온몸이 땀범벅이 된 상태로.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내려와 왼쪽 발로 방바닥을 짚는데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순간 중심을 잃고 방바닥으로 엎어졌다. 왼발을 바닥에 짚을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왼발 전체가 바닥에 닿으면 전기 충격이 온몸을 순식간에 휘감는다. 어쩔 수 없이 체중의 10퍼센트만 왼발에 의지하고 나머지 90퍼센트는 오른발에 의지해야 했다. 평소 같으면 5초 만에 닿을 화장실을 가는데도 거의 1분이 걸렸다. 당연함이 사라진 자리는 이제 불편함이 차지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오른발의 부담도 가중됐다. 걸으면 걸을수록 양발의 피곤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대로라면 하루종일 앉아 있는 것 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다. 가만히 앉아 낫기를 바라느니 병원을 가보자 생각해 동네 근처 한의원에 찾았다. 진료 결과 의사 선생님은 일시적으로 근육에 무리가 생긴 것 같다며 물리치료와 침 치료를 병행할 것을 권했다. 한의원 침대에 누워 물리치료를 받았다. 멍하니 병원 천장을 바라보니 15년 전이 떠올랐다.
15년 전쯤 오른쪽 발목이 부러진 적이 있다. 부러진 발목에 철 핀을 박고 깁스를 하고 풀고 다시 핀을 빼고 재활치료까진 받으니 거의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두 발로 편히 걷는 자유를 1년 반이나 누리지 못했다. 두 발로 마음껏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1년 반동안 부러워했다. 걸어 다니는 자유로움이 이렇게나 귀함을 몸소 체험으로 깨달았다. 깁스를 풀던 날부터 걷는 습관에 변화가 생겼다. 아니 원칙이 생겼다. 절대 뛰지 않을 것, 무리하지 않을 것이 그것이다.
15년 전까진 아니어도 다시 불편함을 경험 중이다. 무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스스로 어긴 결과다. 당연함이 사라져 봐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고마움을 느낀다. 욕심이 원인이다. 과한 욕심이 늘 문제다. 이젠 욕심도 마음껏 부릴 수 없는 나이가 됐음을 실감한다. 다시 자유롭게 걷기까진 치료와 휴식의 기간이 필요하다. 원칙이 또 하나 늘었다. 이제 3가지다. 절대 뛰지 않을 것, 무리하지 않을 것, 욕심부리지 않을 것. 어쩌면 원칙이란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심정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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