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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는 좋겠다

by 오류정 2022.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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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눈이 팡팡 내렸다. 이틀 전 월요일에도 눈이 내렸고 어제 하루 쉬고 다시 눈이 내린다. 작년 여름에 비가 많이 오더니 올 겨울엔 눈도 많이 내린다. 커튼을 한껏 젖혀 눈 내리는 풍경을 감상한다. 멍하니 바라본다. 하루 종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눈을 보니 삿포로가 가고 싶어졌다. 코로나 이전엔 생일인 2월에 2박 3일 일정으로 삿포로를 갔었다. 3년을 그렇게 가다 코로나 이후로 못 갔다. 3년의 기억이 1,000장의 사진으로 핸드폰에 남았다. 오늘 같은 날 누군가 삿포로 이야기를 꺼내면 하루 종일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책을 읽은 동지를 만난 기쁨을 더해서 말이다.

오전 9시 알람 소리에 멍했던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운동을 가야 했다. 가기 싫었다. 눈이 오니까. 억지로 다녀왔다. 갈 때 내리던 눈이 올 때도 계속 내려 기분이 좋았다. 샤워하고 다시 눈을 계속 봤다. 영상 관련 어제 받은 이메일에 답장을 해야 하는 데 무시했다. 좋아하는 눈을 좀 더 보다 해야지 했다. 점심 먹고 나서도 계속 창밖만 봤다. 카톡 소리에 놀라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4시 30분이었다. 더는 미룰 수 없어 겨우 일을 조금 했다.

눈을 보면 설렌다. 왠지 약속을 잡아야 할 것 같다. 그리하라고 눈이 속삭이는 것 같다. 밖으로 나오라고. 나와서 같이 놀자고. 어느 단체 카톡방의 지인은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린다고 표현하고 어떤 이는 퇴근을 걱정하던데, 난 마냥 눈이 좋다. 겨울 태생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눈과 나는 끌리는 뭔가가 있다. 밤새 멈추지 않고 눈이 계속 내렸으면 좋겠다. 눈이 세상 모든 이의 걱정을 하얗게 덮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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