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삼일 남은 어제, 어떤 에피소드 덕분에 나라는 사람의 태도의 품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시간은 저녁 6:30분 집으로 돌아가던 중 오픈 특가 짜장면 3,000원이라는 플랜카드를 지나치기 어려워 들어간 어느 중국집에서의 에피소드다. 중국은 이름은 생략했다.
들어갔다. 짜장면 오픈 특가 3,000원 현금가 기준이라고 글씨가 카운터 앞에 붙어 있었다. ‘몇 분이세요?’라는 질문에 ‘혼잔데요’라고 답을 하고 4인석 테이블에 앉았다. 2인석 테이블이 있었다면 그리 앉았겠지만 이 집은 2인석이 없다. ‘주문하시겠어요?’ ‘짜장면 하나 주세요’ 했다. 메뉴 판을 보다가 ‘저기, 고량주 소자도 하나 주세요’ 했다. 자장면만 달랑 하나 먹고 일어나기 조금 미안해서 시켰다. ‘어디보자 이러면 합이 13,000원이니 카드로 계산해도 되겠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사실 고량주를 시킨 이유는 세 가지다. 자장면만 먹고 일어나기 미안하기도 하고 모양 빠지기 싫어서기도 하고 내일 추행님이랑 약속이 펑크났기도 했기 때문이다.
도착했다. 고량주 소자와 짜장면이. 그냥 고량주가 아니고 연태 고량주다. 125미리. 차가운 고량주 한 병이 딱 한 손에 들어와 기분이 좋았다. 뚜껑을 옆으로 돌려 열고 고량주 잔에 한 잔에 따랐다. 잔을 들어 냄새를 먼저 맡으며 위장을 준비 시켰다. 다음으로 젓가락을 뽑아 들고 연장통에서 고춧가루 통을 빼서 짜장면 위에 다섯차례 뿌린 후 비볐다. 비비면서 봤더니 새끼손가락 한마디쯤 되는 돼지고기가 달랑 한 개 보였다. 이정도면 잘 비벼졌을 때쯤 고량주 한 잔을 먼저 넘긴 후 짜장면 한 젓가락 더했다. ‘음...’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시 고량주 한 잔을 따랐다. 연이어 들이켰다. 단무지와 양파도 씹었다. 행복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점점 줄어드는 연태와 자장면이 아쉬웠다.
7젓가락이었다. 연태도 자장면도 그렇게 끝이 났다. 아쉬운 마음에 양파까지 싹싹 먹다보니 아쉬워서 한 병 더 시킬까 하다 겨우 참았다. 물론 자장면도 함께 말이다. 일어나려고 시계를 보니 6:45분. 15분만에 끝나버린 행복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어째겠나 싶어 주섬 주섬 옷을 입고 카운터로 향한다. 계산하려고 카드를 꺼냈다. ‘카드하시면 짜장면이 정상가거든요, 현금 3,000원 주시면 카드 10,000원 계산할께요’ 순간 욱했다. 하지만 참았다. 뒤에 다른 손님이 계산하려고 대기중이었기 때문이렀다. 마침 현금 3,000원이 있어 건네고 카드 받아서 나왔다.
다시 열받았다. 나와서 생각하니. 만약 내가 카드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16,000원을 계산해야 되는 셈이다. 내가 먹은 딱 3,000원 수준이었다. 맛은 그저 그랬고 돼지 고기도 달랑 한 점에 양파만 잔뜩, 간은 약간 짜고 토핑도 전혀 없는 그런 것이었다. 6,000원짜리 자장면이 아니란 말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6,000원짜리 자장면이라 하면 유니자장은 되야 맞는데 유니자장이라하면 고기를 잔뜩 갈아 넣어 잘 다진 자장면을 말한다. 물론 위에 토핑으로 계란 완숙, 반숙이면 더 좋지만, 그리고 완두콩 최소 5개정도는 있어야 6,000원 짜리다.
커피로 달랬다. 이대로는 집에 들어갈 수 없어서 나만의 아지트 커피 캠프에 와서 마약 커피 한 잔 들이키며 아쉬움과 열받음을 내렸다. 그러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다보니 얼마전 성장판 독서 모임에서 읽었던 태도의 품격이 문득 떠올랐다.
오늘 나의 태도는 과연 품격 있는 것이었을까? 아니었을까? 궁금해진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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