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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눔 119일 후기)

by 오류정 2021. 4. 24.

2020년 12월 28일부터 다이어트 기록 어플 눔에 매일 먹은 식단을 기록하고 몸무게를 기록했다. 119일이 지났다. 

 

최근에 만난 누군가가 살이 부쩍 빠진 나를 보고 비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망설임 없이 눔 앱을 알려주고 오늘부터 시작해보라고 했다. 그날 저녁 눔을 결재하고 시작한다고 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3일도 못가 입이 터져서 이런 저런 간식을 오지게 먹었다는 카톡이 왔다. 

사람들은 오직 결과만 물어본다. 과정은 물어보지 않는다. 이게 좋다니까 이걸 해보고 조금 지나 결과가 안 나오니 포기한다.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 3개월은 기본 아닐까. 인간이라 조급함은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눔의 효과는 기록이다. 기록하면 내가 얼마나 먹고 있는지, 내가 얼마나 무절제한 식사를 했는지 눈에 여실히 보인다. 나는 물만 먹어도 살쪄라는 사람은 꼭 기록을 해보길 권한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물처럼 먹었는지 아마 기록하고 충격을 받을 것이다. 

 

119일 동안 간간이 술도 마셨고 가끔 폭식했다. 술을 마시면 정말 쉬지 않고 안주를 폭풍 흡입하는 내 손과 턱이 아플 줄도 모르고 계속 씹는 내 입을 느끼면서 많이 놀랬다. 그래도 기록을 멈추지는 않았다. 소주를 잔 단위로 기록하게 되어 있는 눔에 20잔을 등록했더니 다음날 코치에게 연락이 왔다. 어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며. 당황하지 않고 치팅 데이를 가졌다고 했다. 

비법은 간단하다. 계속 기록하는 것이다. 좋은 날도 나쁜 날도 그냥 계속하면 된다. 하다 보면 결과는 나오니까. 결국 포지 하지 않으면 나도 언젠가 원하는 몸무게를 갖게 될 테니까.

인생의 절반 가까이 살아보니 드라마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겪어보고 알았다. 무언가를 매일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렵다. 그것도 3끼를 다 기록해야 하니 귀찮다. 귀차니즘을 이겨낸 사람만 좋아진다. 좋으니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쉽다고 광고하는 건 마케팅의 포장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