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 하실 수 있어요. 자~ 멈추지 말고 네 개만 더.”
“쾅~”
“회원님~ 두 개만…”
코치의 말을 자르고 숄더 프레스 머신을 쾅 내려놨다. 짜증이 확 치밀었다. 20kg 무게 들어 올리기 3세트를 해야는데 2세트를 네 개 남겨놓고 프레스 머신을 집어던졌다. 벌떡 일어나 물을 마시러 정수기로 걸어갔다. 정수기 위 시계는 운동을 시작한 지 30분이 채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을 마시며 또 짜증을 내고 말았다는 사실을 마주했다. 코치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은 뒤 입을 뗐다.
“코치님은 저를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아요. 과대평가 말고 과소평가로 부탁드릴게요.”
“회원님, 아니에요. 회원님은 하실 수 있어요.”
“할 수야 있죠. 근데 너무 힘에 부치는 걸 어떻게요.”
“아니에요, 이 정도 무게를 가볍게 드시는 걸로 봐선 절대 무리가 아닌 것 같아요.”
“무리 맞아요. 무리가 맞으니까 멈추는 거고요.”
“아니에요 회원님. 아까 못 채운 네 개까지 이번에 다 해봐요.”
머리는 좌우로 계속 흔들렸다. ‘이건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팔자에 없는 운동을 하려니 자꾸 한계에 부딪힌다. 몸은 2세트가 적당하다 말을 하는데 코치는 3세트가 딱이라고 밀어붙인다. 옆에서 딱 지키고 서있고 짜증이 계속 밀려오고 겨우 해내는 데 코치는 그걸 외면한다. 코치는 코치의 일을 할 뿐이고 난 내 몸을 대변할 뿐이었다. 대변은 매번 묵살당했다.
“어깨가, 가슴이, 등이 아직도 아파요 코치님.”
“오늘 운동은 그럼 하체 위주로 할게요.”
오늘 아침 코치를 보자마자 내가 건넨 말이었다. 러닝 머신에 올라 초록색 시작 버튼을 누르며 뭔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하체 위주’로 하긴 하겠는데 ‘좀 줄여서’ 한다던지 라는 말이 생략이 된 것 같았다. 건강 120세 메디체크 간판을 올려다보며 말없이 10분을 걷다 내려왔다.
운동은 언제쯤 좋아지게 될까. 좋아지는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 32번째 PT를 받았는데 매번 똑같은 마음이었다. 가기 싫다. 처음 시작한 날부터 한결같았다. 작년 8월부터 시작한 PT는 절반을 돌아 이제 18번이 남았다. 다음 PT는 이번 주 수요일이다. 왠지 최대 고비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운동은 뭐에 좋은 것일까. 몸에 좋은 건 맞는 걸까. 운동하면 누구에게 좋은 것일까. 계속 질문하고 질문해도 여전히 답을 못했다.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오늘도 그냥 가세요? 러닝 머신 20분이나 자전거 조금 타가 가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이래서 제자리걸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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