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을 그냥 상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목표는 그걸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노력해 마침내 이루는 것이다. 내게 성공의 본보기가 되어주는 사람들은 모두 조직적인 목표를 갖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탁월한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다.”
전설의 복서 에반더 홀리필드를 세계 헤비급 챔피언으로 만든 코치가 처음 그를 가르던 날이 했던 말이다. “에반더, 너는 제2의 무하마드 알리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고 싶으냐?” 에반더는 고개를 힘껏 끄덕이며 “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코치는 에반더에게 다시 물었다. “좋아. 그럼 그건 네 꿈이냐, 아니면 목표냐? 꿈과 목표는 서로 매우 다르거든.”
지금 난 막연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출판사 2차 미팅 이후 자책의 빈도는 나날이 늘어났다. 팔자에도 없는 작가가 되보겠다며 혼자 고군분투했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가파르게 높았다. 이 정도 했으면 된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의 벽이 나를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난 작가라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었는지 모른다.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을 혼자 상상만 하면서 지낸 것은 아닐까.
꿈만 꾼 것은 아니었다. 작지만 매일 노력이란 것을 했다. 그간 해왔던 내 노력에 점수를 매긴다면 점수는 과연 몇 점이나 될까. 45점 정도 내 스스로 줄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꾸준히 글 쓰는 연습에 10점, 쓰고 퇴고했음에 10점, 글감과 소재 고민에 10점, 포기하지 않음에 15점을 줄 수 있겠다.
45점 정도 노력하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나머지 55점은 다른 누군가 나타나 나를 구원해주길 바란 것은 아닐까. 그렇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히어로가 나타나길 기대했는지 모른다. 말로는, 겉으로는 상당한 노력을 하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매번 '적당함'과 타협하며 지냈던 것이다.
20대 때 친구와 등산을 자주 갔었다. 대한민국 모든 산을 타겠다며 멋모르고 행동으로 옮기던 때였다. 모든 등산은 매번 힘들었지만 하산 후에 맛보는 음식 맛을 잊지 못해 힘든 등산을 계속했다. 산 입구에 다다라서야 후회했고 하산하며 즐거워했다. 이 힘들 걸 괜히 따라와 가지고 하며 후회했다가 정상에 바람을 맞으며 행복해했다가 하산하면서 다음 산행을 약속했다.
깔딱 고개(숨이 턱 끝까지 차게 만드는 곳) 앞에까지 오르면 난 하산하는 사람들에게 매번 같은 걸 물었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내 물음에 하산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어요. 조금만 더 가면 돼요.' 그 말을 믿은 덕분에 무거운 발을 또 한 걸음씩 옮길 수 있었다.
포기할까. 요 며칠 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질문을 떠올리면 마음은 매번 두 갈래로 나뉘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지금 포기하냐는 쪽과 그래, 팔자에도 없는 거 이제 그만 내려놓자는 쪽이다. 난 어느 쪽 마음에 먹이를 줘야 할까. 내 마음에 어떤 텔레파시가 있는 건지 기가 막힌 타이밍에 진순희 작가님께 전화가 왔다.
작가님은 이런 말씀을 전하셨다. '진짜로 거의 다 왔어요.' 이 말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태어나 처음 음악 방송 1위를 한 어느 아이돌 그룹의 시상 소감이 떠오른다. 방송 1위 하기까지 1,009일을 하루에 사과 한 알, 곤약젤리 하나 먹으며 다이어트했고 지하에 비 들어왔던 중소 사옥에서 몇 년씩 버텼다면서 눈물을 흘리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세상은 하루아침에 그들이 1위를 해낸 것처럼 보이게 만들지만 그 이면엔 혼자 눈물을 삼키며 견딘 고되고 값진 시간이 있다.
절대 그냥 이뤄지는 건 세상에 없다. 없다는 걸 알지만, 왜 나에겐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하고 바라는 것일까.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의 날씨가 맑음과 흐림을 반복하는 건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나 보다. 누가 좀 속시원히 알려주면 좋겠다. '거의 다'는 어느 정도의 기간인지, '얼마 안 남음'은 몇 시간을 더 올라야 하는지 말이다. 시원히 알려줄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결국 원하는 목표는 내 발로 내 속도로 오를 수밖에. 직접 경험하는 수밖에. 삶의 선택사항은 언제나 두 가지다. 포기하거나 계속 진도를 나가거나. 오늘도 난 나만의 속도로 진도를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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