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내 다리에서 정신까지 스트레칭 하게 한다. 책 제목이 다소 상업적인이란 이유로 외면했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가>>가 그렇다. 독서 모임 학인이 올린 글을 우연히 접하지 않았다면 꽤나 시간이 흐른 뒤에나 만날 수 있었을 책이다. 만나야 할 책은 꼭 만나게 되어 있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겨우 서문 두 페이지를 읽었는데, 다음 장을 넘기기 어려웠다. 생각해볼거리들이 넘쳤기 때문이다. 서문부터 압도되는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조금 소개한다.
우리는 우리가 정보와 지식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지혜를 원한다. 여기에는 차이가 있다. 정보는 사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이고, 지식은 뒤죽박죽 섞인 사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혜는 뒤얽힌 사실들을 풀어내어 이해하고, 결정적으로 그 사실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영국의 음악가 마일스 킹턴은 이렇게 말했다. “지식은 토마토가 과일임을 아는 것이다. 지혜는 과일 샐러드에 토마토를 넣지 않는 것이다.” 지식은 안다. 지혜는 이해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6p)
여태 정보와 지식을 원한다 생각했는데 실제로 원했던 건 지혜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정보와 지식, 지혜의 차이점에 대해 알려준다. 정보는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이고 지식은 사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며 지혜는 사실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고. 순간 유레카를 외쳤다. 정보와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이렇게 쉽게 풀다니, 탄성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는 종류의 차이이지 정도의 차이가 아니다. 지식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지혜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지식이 늘면 오히려 덜 지혜로워질 수도 있다. 앎이 지나칠 수도 있고, 잘못 알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7p)
지식이 늘어난다고 반드시 지혜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지식이 늘면 오히려 덜 지혜로워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앎이 지나치면 잘못 알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어쩌면 저자는 전문가의 오류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떤 면에선 많은 책을 읽으려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지도 모르겠다.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다. 지혜는 실천하는 것이다. 지혜는 기술이며,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지혜를 운으로 얻으려는 것은 바이올린을 운으로 배우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여기저기서 지혜의 부스러기를 줍기를 바라면서 비틀비틀 인생을 살아나간다. 그러면서 혼동한다. 시급한 것을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고, 말이 많은 것을 생각이 깊은 것으로 착각하며, 인기가 많은 것을 좋은 것으로 착각한다. 한 현대 철학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7p)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고 지혜는 실천하는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실천하지 않은 지식은 무용지물이고 지식은 현실 앞에 무기력하다. 지혜는 기술이며 습득할 수 있다는 글에서 용기를 얻었고 습득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여태 무용한 지식과 지혜의 부스러기만 찾아다닌 나를 반생했다.
눈으로 휙 읽고 지나칠 수 없었다. 아니 한 글자도 놓치기 싫었다. 디지털 메모앱 에버노트를 열어 자판에 손을 올리고 한 글자씩 타이핑하며 손으로 읽었다. 메모가 끝나고 더 오래 머무르고 싶어 잠시 앱을 닫고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은유 작가는 좋은 책은 혼란을 주고 혼란을 쓰기를 자극한다 했는데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가 딱 내게 그랬다.
내게 좋은 책으로 남을 것 같다. 벌써부터 이리 아끼는 걸 보니. 꼼꼼하게 읽고 느리게 읽고 여태 쌓은 지식과 삶과 대조하며 읽어봐야겠다. 하루에 하나만 배워도 충분한데 오늘은 무려 3가지를 배운 아침이었다. 배움을 과식했다. 과식했으니 충분히 소화시킬 시간을 가지기로 한다. 지혜를 사랑했고 그 사랑에 전염된 열네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생각을 스트레칭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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