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어디서 쓰세요? 저는 60퍼센트 정도는 집 책상에 앉아서 쓰고 나머지 40퍼센트는 이동하며 씁니다. 어떻게 이동하며 글을 쓴다는 건지 의아한 생각이 드실 텐데요 그런 분들을 위해 오늘 글을 준비했습니다.
의외로 글이 잘 써지는 나만의 장소는 3군데입니다. 버스 제일 뒷자리, 지하철 연결 통로 그리고 카페 중앙 테이블. 하나씩 살펴볼까요? 버스 제일 뒷자리에 앉으면 버스 전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보통 뒷자리는 다른 곳보다 10cm 정도 높은데요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걸 바라보고 창밖도 바라보고 흔들리는 버스의 리듬도 느끼다 보면 어느새 글 쓰는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에선 열차와 열차 사이 연결 통로 가운데 기대 글을 씁니다. 버스와 마찬가지로 양발에 무게 중심을 반반 나눠서 열차의 이동에 맞춰 몸의 중심을 오른발에서 왼발로 이동시키다면 어느새 내가 지금 춤을 추는 건지 하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카페에선 중앙 테이블에 앉아 글을 씁니다. 가능하면 출입문을 바라보는 방향이면 더 좋습니다.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새로운 공기가 카페로 들어오고 사람들이 오고 나가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3군데 장소의 공통점이 있는데요 적당한 사람과 적당한 소음이 그것입니다. 사람과 소음이 글을 쓰게 하는 셈이죠. 꼭 글쓰기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니 다른 여러 곳에 활용해도 좋습니다.
이런 공간에서 저는 블로그 임시 저장 글을 불러옵니다. 글 하나씩 불러와 3줄에서 4줄 정도 살을 붙입니다. 아예 새로운 초고를 쓰기도 합니다. 3군데 공간에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SNS로 시간을 소비하는데 나는 시간을 글로 생산하는 지적 우월감도 느낄 수 있고, 사람들의 낯선 시선 덕분에 평소 경험하지 못한 몰입을 경험할 수 있으며 마감이 닥쳤을 때 느끼는 비슷한 숨 막힘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삶의 방식과 처지가 다르기에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 공간도 전부 다릅니다. 미국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1938~)는 『 작가의 신념 』 에서 “나는 내 서재를 사랑한다. 그곳은 내가 무수한 백일몽과 불완전한 기억, 신문 스크랩을 품은 채 돌아오는 장소다.”라 했고 영화감독 봉준호, 장 폴 사르트, 헤밍웨이, 나탈리 사로트는 카페에서 글을 썼다고 했습니다.
책상에 앉아 글이 잘 안 써지는 날 책상을 벗어나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출, 퇴근 시간, 이동 시간에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책상을 벗어난 낯선 공간이 어쩌면 새로움을 선물해 줄 최적의 장소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말이죠. 여러분들에게 글이 잘 써지는 의외의 공간은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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