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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케이크를 감췄다

by 오류정 2022.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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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을 다 먹고 과일과 케이크가 다시 식탁에 올랐다. 설거지를 끝내고 식탁에 다시 앉은 순간, 아빠가 케이크 접시를 자신의 앞 쪽으로 당겨 가져 가서 드셨다. 내가 케이크를 못 먹게 하려는 행동이었다.

식사 후 케이크를 속이 더부룩해서 안 먹으려고 했는데 아빠의 행동을 보니 갑자기 욱했다. 

"당신, 더 안 드실 낍니꺼? 그라면, 정리할라꼬."

아빠는 잘라진 케이크를 절반쯤 드신 후 화장실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접시 위에 케이크는 1/8 조각이 남아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수다를 이어나갔다. 식탁 뒤에서 내가 케이크를 먹나 안 먹나를 감시하는 눈빛이 느껴졌다. 뒤에서 나를 쳐다보는 눈길이었다. 엄마를 응시하고 계속 딴 이야기를 하는 나를 몇 초간 계속 응시하다 케이크에 손도 안 데고 다른 이야기만 했더니 그제야 화장실로 가신다.

'케이크 안 먹을 거야? 엄마가 다 먹는다.'

엄마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생일인데 케이크 한입이라도 먹어야지 하는 듯 아주 작게. 동생이 먹던 포크로 생크림 케이크를 살짝 떠서 작게 한 입 했다.

"우와~ 살아있네 생크림."

나도 모르게 이 말이 툭 튀어나왔다. 동생은 입맛 까다로운 형을 위해 홍대에서 요즘 잘 나가는 빵집에서 손수 사 온 거라 했다. 예사 케이크가 아니었다. 일본 여행에서 먹었던 케이크 맛이었다. 딸기향이 5미터 거리에서도 맡을 정도였고 녹진한 생크림은 빨리 입에 넣으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입 속에선 축제가 벌어졌다. 생크림의 달콤함은 온몸을 순식간에 휘감았다.  

동요 <이 세상에 좋은 것 모두 주고 싶어>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세상에 좋은 것 모두 주고 싶어 나에겐 커다란 기쁨을 준 너에게." 다음 생엔 내가 아빠의 아빠로 태어나 당신에게 좋은 걸 다 줘야겠다 생각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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