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바른 결단이 가져오는 변화의 힘이 얼마나 큰지 잘 모르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 결단이란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해왔기 때문에 단지 희망을 표현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단을 내린다기보다는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온 것이다. 진정한 결단을 내린다는 것은 "담배를 끊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예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영어의 '결단decision'이란 말은 라틴어의 '~로부터 from'를 의미하는 'de'와 '자르다 to cut'를 의미하는 'caedere'에 어원을 두고 있다. 진정한 결단을 내린다는 것은 결과를 성취하기로 약속하고, 다른 것을 선택할 가능성을 잘라버린다는 뜻이다.
(네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 P56)
1990년 11월의 어느 겨울 밤, 828255 삐삐가 울렸다. 828255는 빨리빨리 오라는 뜻이다. 삐삐를 친 건 의석이다. 삐삐를 확인한 오류는 급히 한광고등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장 입구에 들어서니 저 멀리 가로등에 반짝이는 하얀 농구골대가 빛나고 있었다. 의석이는 보이지 않았다. 농구 골대 쪽에 거의 다 와서야 의석이의 모습이 보였다.
'왔냐?'
의석이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 주섬 꺼내더니 이내 입에 물었고 라이터로 '츅'하면 불을 붙였다. 치이익 하고 담배다 타들어가는 소리가 났다. '후 우우우~~~' 소리를 내며 하늘도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얀 연기는 흡사 목욕탕 굴뚝에서 나는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매쾌한 냄새와 쇠 파이프 냄새가 났다.
왼손을 오류쪽으로 들어 올리며 '너도 한 대 할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다. 받긴 받아 들었지만 망설인다. 그러다 이내 담배 한 개비 꺼내 들고 입에 문다. 라이터로 불을 켜고 입으로 한 모금 들이킨다. '콜록!!! 콜록!!! 콜록!!!!' 기침과 기분 나쁨이 동반된다. 여러 차례 침을 뱉고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더럽게 맛없네. 이 딴 거 왜 피냐?'
'멋있잖아!'
돌아온 대답은 한 마디였다. 그렇게 중학교 1학년에 담배를 시작했다.
2019년 9월 26일, 29년의 끈질긴 담배와의 인연을 이제 정리하려고 한다. 자신은 없다. 술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오류는 과연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혼자서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던 오류는 강서 보건소 금연 클리닉을 찾았다. 상담사 분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 했지만 그다지 동기부여는 되지 않았다. 니코틴 패치, 금연파이프, 금연 사탕 등 다양한 선물을 주셨다. 3주에서 4주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이고 혹시 패치가 잘 안 맞으면 바로 다시 오라고 하셨다.
'밖에 나가셔서 이거 한 번 불어 오세요!'
일산화탄소 수치기였다. 한 껏 불어 나온 숫자는 13이었다. '위험 수준' 상담실 우측 편에 커다란 포스터에는 0부터 20까지의 숫자가 있었고 10 이상부터는 빨간색으로 위험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보였다.
보건소를 나오면서 크게 숨을 쉬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한 번 해보자. 끊을 때까지.'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마지막으로 한 대만 더 필까?' 하다가 그만둔다. 지하철 등촌역으로 걸어가다 길가에 놓인 쓰레기통에 담배와 라이터를 버렸다. 등촌역에서 회사까지는 넉넉히 1시간 거리다.
'일단, 1시간만 참아보자.'
회사에 도착해서 이 글을 쓰는 중이다. 1시간 참기에 성공했다. 1시간 참기에 성공했으니 다음 미션은 점심 식사까지 참기다. 앞으로 점심시간까지 1시간 30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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