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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현역 배우 신구의 인생 조언

by 오류정 2023.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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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니까 최선을 다해서 지금을 즐기면서 일해라.”

88세 현역 배우 신구가 <유퀴즈>에 출연해 젊은이들에게 한 조언이다. 신구는 ‘니들이 게맛을 알어?’라는 인생 CF를 비롯,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라는 시트콤, <꽃보다 할배> 등 수많은 역작을 만든 원로 배우다. 지금도 연극 무대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그에게 최근 건강에 이상 신호가 찾아왔다.

<라스트 세션>이란 작품의 첫 대사 리딩을 하는 날이었다. 유난히 대사 리딩이 힘들고 가슴이 답답함이 느껴진 그는 병원에서 심부전 증상이 있다는 소견을 듣게 된다. 의사는 신구에게 언제든 심장이 멈출 수 있으니 이제부턴 심박기를 차고 생활을 해야 한다는 이야길 전했다. 자신도 한 때는 젊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땐 지금 이 순간이 그렇게 중요하다 생각지 못했었다며 자신의 깨달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순간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근데 이제 마지막 고비가 와보니까 숨을 쉴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고맙고 남의 도움 없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자체가 고맙고 매사가 다 쏘 땡큐더라.”

심박기를 차고 연기를 한다는 건 신구에겐 무리였다. 90분 연극 공연의 주연을 연기한다는 건 수많은 대사를 외워야 하고 몰입해서 연기해야 하는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이는 젊은 배우들에게도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이 어려운 걸 88세 신구는 묵묵히 해내고 있다. 신구의 연극을 본 한 관람객은 이런 평을 남겼다.

“86세가 되신 신구 배우님께서 84세 때보다 더 좋은 연기를 하시는 걸 보고 감동해서 눈물이 났다. 전심전력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확연히 좋아진 딕션, 인물의 맛을 살리는 대사 톤, 자연스러운 카리스마, 너무 멋있는 배우 가슴이 벅찼다.”

이를 들은 신구는 어느 분이신지 잘 모르겠지만 과찬이며 연극하는 사람들이야 누구나 다 똑같이 매일 최선을 다해서 하려고 하고 연습밖에 모른다며 겸손이 묻은 말을 했다.

신구의 요즘 고민은 ‘자기 의심’이다. 예전에야 다음 작품 이야기를 들었는데 무조건 출연 승낙을 했지만 건강의 이상 신호가 온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면 된다’라고 생각했다가도 ‘이젠 너무 늦었어’라는 두 마음이 신구 안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다툼을 하는 중이라고. 배우에게는 하고 싶은 작품을 남겨 놓고 무대를 떠나는 것이 가장 꺼림직하다며 그런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매일 같이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삶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 신구 배우에게 마지막으로 유재석은 연기 말고 인생에서 후회되는 것이 있냐고 질문한다. 이에 신구는 취미가 없어서 그걸 다양하게 즐기면서 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는 답을 남겼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니까 최선을 다해서 지금을 즐기면서 일하라는 평생 배우로서 열연을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찌할 수 없음을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그래서 더욱 신구의 말이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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