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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날씨가 오락가락 한 일요일

by 오류정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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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집중이 안 된다는 이유로 환경을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카카오 택시를 불렀다. 홍대 이제마 스터디 카페로 가기 위해서였다. 버스를 타고 충분히 갈 수 있지만 몸이라도 편하게 이동하자며 선택한 조치였다. 카카오 택시 앱을 실행시키고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니 6분 거리의 기사를 호출 중이라는 메시지가 잠시 떴다가 이내 콜이 잡혔다. 

배정된 택시는 그랜져였다. 도착 예정 시간은 3분. 3분이면 지금 바로 1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서둘러 가방을 챙겨 메고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엘리베이터는 1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호출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에어팟을 놓고 온 게 떠올랐다. 서둘러 다시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에어팟을 낚아채 다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만약 엘리베이터를 못 타면 택시 기사님을 기다리게 하는 꼴이 된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16층에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택시 기사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네, 기사님. 도착하셨어요?"
"아까, 도착했는데 왜 안 내려와요."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전화가 끊어졌다. 불만석인 목소리는 약간 톤이 높았다. 

"안녕하세요~."

기사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문이 닫히자 차가 출발했다. 새 차였다. 새 차 특유의 가죽 냄새가 코로 훅 들어왔다. 택시는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신형다운 부드러운 출발이었다. 신호등에 걸려 차가 정지할 때마다 기사님은 마른 수건으로 먼지를 닦았다. 어서 빨리 나도 내리라는 듯 느껴졌다. 한낮의 열기 때문인지, 내가 옷을 두껍게 입은 탓인지, 샤워를 끝낸 지 얼마 안 된 탓인지, 기분 나쁨이 몸에서 나오는 것인지 이마에 땀이 맺혔다. 손수건을 꺼내 닦다가 땀이 멈추지 않아 상의 외투를 벗었다. 휴대폰을 꺼내 카톡 메시지를 읽다가 곁눈질로 보니 보조석 창문이 열려 있었다. 처음부터 열려있었던 것인지, 먼지를 빼내려고 연 것인지, 내가 땀을 닦는 모습을 보고 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새 택시는 홍대 입구역 8번 출구 인근에 다다랐다. 차가 우회전을 시도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바로 우회전하진 못하고 서있었다. 목적지까지는 이제 50미터 남겨둔 바로 그 지점에서 택시 기사는 말했다. 

"더 들어가야 해요?"
"아뇨, 내릴게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 참았다. 그런데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되는 것일까? 환경을 바꾸려고 기분 전환하려고 편하게 이동하려고 했던 내 선택이 나를 기분 상하게 했다. 한낮의 해는 이런 내 기분도 몰라주고 무척 환하고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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