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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님, 여기 소주 한 병 주세요."
"어떤 소주로 드릴까요?"
"소주는 처음처럼 이죠."
소주는 처음처럼. 하루의 끝엔 반드시 소주를, 매일 저녁 번개를 추구하며 40여 년을 살았다. 술을 위해, 즐거움을 위해 일터로 나갔고 그렇게 번 돈은 다시 사회에 환원했다. 굳이 소주를 고집하는 이유는 맥주는 도통 마셔도 취기가 오르지 않아서다. 한마디로 소주는 유제한이고 맥주는 나에게 무제한이었다. 매일 쾌락을 찾아다녔고 소주는 내게 필수조건이었다.
쾌락 위의 쾌락이, 즐거움 위에 즐거움이 있다는 걸 책이 알려줬다. 읽다가 온몸을 전율하는 문장을 발견하는 순간, 온몸엔 찌릿 전기가 흐르고 입에서 '캬~'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대로 끝이 아니었다. 전율을 가져다준 문장은 밑줄을 불러들였고 노트를 펼치게 했다. 맨 정신에서 경험한 카타르시스에 금방 중독됐다.
그렇게 매일 문장을 찾아 헤맸다. 전율을 또 느끼고 싶어서 매일 책장을 넘겼다.
나는 자기가 읽은 책의 가장 감동적인 구절을 설레는 입술로 되뇌는 것보다 더 나은 '책 읽기를 권함'을 알지 못한다.
스스로 문장 수집가라 칭하는 이도 있거니와 어쩌면 우리는 나 혼자 전율하고 희구하기에는 아까운 한 구절을 만나기 위해 수백 번이나 책장을 넘기는지도 모른다.
(읽기의 말들, P66)
소주보다 더 잘 취하는 게 만드는 게 생겼다. 자연히 소주는 멀어지고 책과 더 친하게 지냈다. 소주가 질투할 일이지만 그래도 어쩌나. 좋은 건 좋은 거니까. 누가 나에게 책을 왜 읽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전율하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 읽는다고. 매일 얼어붙은 내 생각을 자극하는 전도체이자 따끔한 조언을 해주는 평생 친구이며 절대 나를 배신할 일 없는 든든한 동반 자니까. 내게 책은 그런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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