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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보다 아이들의 배움이 더 빠른 이유

by 오류정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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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포츠 월드 저녁 6시 월, 수, 금 수영 수업에는 5살 정도로 보이는 쌍둥이 형제가 온다. 6시 30분쯤에 수영장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쌍둥이 형제들의 웃음소리를 마주한다. 자신의 키보다 2배는 깊은 수영장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형제들. 형제들에게 수영장은 놀이터다. 수영이 끝날 때쯤 어머니가 두 아들을 데리러 오는데 이때 한 명은 순수히 엄마를 따라나서지만 나머지 한 명은 더 놀고 싶다며 떼를 쓴다. 선생님은 엄마의 마음도 알고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하는지 한 명은 놓고 가시라며 거든다. 형제에겐 수영 수업이 아니라 놀이기에 더더 하고 싶은 것이다.

2번 레인엔 중학생 수영 선수반도 있다. 남녀 섞어서 8명 정도 되는 선수반 친구들은 타이머와 매번 경주한다. 100미터를 돌고 와서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점검한다. 선생님은 미세한 동작 하나하나를 잘 봐 두었다가 수업 중간중간에 한 명씩 코치한다. 속도도 빠르고 발차기도 힘차고 폼도 근사하다. 뭐하나 흠잡을 데가 없어보지만 선생님의 날카로운 눈엔 그게 다 보이나 보다. 8명 선수들을 선생님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불평 한마디 없이 연습에 임한다. 

성인반의 수업 풍경은 사뭇 다르다. 성인반은 대체로 동작이 굼뜨다. 80퍼센트 정도가 그렇다. 수업 시작 10분 전에 오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니까. 뿐만 아니라 수업 시작 전 5분 하는 준비 운동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대충 하는 시늉만 낸다. 수영하기 전 몸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스트레칭도 제대로 따라 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백 퍼센트 따라 하는 사람도 적다. 선생님은 성인반의 지도가 아이들의 비해 힘듦을 알기에 수업도 느슨하게 진행된다. 

성인보다 아이들이 배움이 빠른 이유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인들의 배움은 느린 이유는 제멋대로 하기 때문이다. 알려주면 바로 흡수해서 따라 하고 싶은데 그게 맘처럼 안 된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이 따라오질 않는다. 답답하다. 발차기는 허벅지를 이용해서 차라고 해서 열심히 찼더니 1분도 못 넘기고 종아리에 쥐가 났다. 그래서 다시 예전처럼 살살 발차기를 하는 시늉만 했다. 

나이 들면 몸은 굳고 이해는 떨어진다. 성인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으로 수영을 하는지도 모른다. 더 굳기 전에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려고, 잘 안되지만 하다 보면 될 거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배우면 배운 데로 실력이 늘면 좋겠지만 실력 향상이 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배움에서 중요한 건 실력 향상만은 아니니까. 어쩌면 배움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실력 향상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어제보다 1cm 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발을 구르고 손을 젓는다. 수영을 잘하기 위해서 수영을 하는 것이 아닌 수영 하는 시간 자체를 즐기기 위해 오늘도 물속을 헤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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