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 지내?"
"책 쓰고 있어."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질문에 책을 쓰고 있다고 답을 하면 이런 단어를 듣습니다. 세 가지 정도입니다. '배고픈 일', '대단', '끝까지'. '배고픈'이란 단어를 꺼내는 쪽은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입니다. 대부분은 '대단'이라는 단어를 쓰고 의미 없이 말합니다. 그리고 극소수가 '끝까지'라는 단어를 꺼냅니다. 이 단어를 쓰는 쪽은 실제로 해봤거나 해낸 사람들입니다.
2019년 2월, 난데없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갖고' 싶다라고요. 책을 읽는 사람들은 대체로 같은 걸 희망하는 것 같습니다. 방법을 찾아다녔습니다. 온라인 강의, 오프라인 강의, 북 콘서트, 유튜브 그리고 관련 책 쓰기 책을 찾아보고 읽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사이트에서 책 쓰기 비용을 발견하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비용이 무려 천만 원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고작' 책 한 권 쓰는데 무슨 비용을 저리 받나 싶었습니다. 천 만원씩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할 텐데 하면서요. 책 출간에도 거품이 많이 끼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렴한 수업을 들었습니다. 책 쓰기 무료 수업, 1시간 만에 알려주는 책 쓰기 특강, 책 쓰기 원데이 특강, 30만 원 책 쓰기 코칭, 3달 만에 내 책 쓰기 80만 원 과정, 내 이름 박힌 책 한 권 쓰기 200만 원 평생 교육 과정까지. 다양한 수업에 시간과 돈을 썼습니다. 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좀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거야 라며 계속 다른 수업에 눈이 갔습니다. 그리고 계속 제자리걸음을 반복했습니다.
3년 지나서 알게되었습니다. 더 나은 방법따윈 없다는 것을요. 더 나은 방법은 내 생각이 만들어낸 허상이란 것도요. 아직 내 이름으로 된 책은 갖지 못하고 내지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여태 들인 시간과 비용이 얼추 천 만원쯤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원고를 쓰고 투고 하면서 강의를 듣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용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천만 원은 최소 비용으로 잡은 것이었구나 쪽으로요. '고작' 책 한 권이 아님을 실제로 몸으로 겪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책 한 권에는 저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품이 들어가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접 해보기 전엔 몰랐는데 해보면서 알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책을 낸 저자라고 하면 존경심이 먼저 일어납니다. 부럽다기보다 어떻게 그 어려운 걸 해냈나 싶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엔 함부로 얘기할 수 있었지만 알면 그렇게 얘기할 수 없음을 알았다고 할까요. 무지했던 지난 과오를 반성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르기 힘든 산은 지금 내가 오르고 있는 산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 쓰기는 정상이 보이지 않는 산을 오르는 등산과 같습니다. 하지만 끝이 있는 건 맞습니다. 끝이 어딘지는 정상에 오른 사람만이 알 수 있겠죠. 살면서 수많은 포기를 일삼던 제가 지금은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인생은 참 이상하게 흐릅니다.

'오류 찾기 >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 관찰, 자기 합리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 (1) | 2022.09.28 |
---|---|
성인보다 아이들의 배움이 더 빠른 이유 (1) | 2022.09.27 |
1분안에 집중 모드로 변신하는 나만의 몰입 방법 (1) | 2022.09.24 |
Ice breaking은 초면에 서먹한 분위기를 풀자는 뜻이 아니다 (1) | 2022.09.23 |
독서 권태기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 (1) | 2022.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