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으로 집중하는 환경을 세팅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집중이 필요할 때, 주변 소음이 거슬릴 때, 세상과 잠시 거리 두기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엄청난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효과만큼은 확실하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사용 즉시 1분 안에 집중 모드로 변함을 경험했다.
방법은 3M 이어 플러그를 사용하는 것이다. 3M 이어 플러그는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편의점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은 천 원 한 장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나는 3M 이어 플러그를 3개 보유하고 있다. 책장 책상에 1개, 컴퓨터 책상에 1개, 가방에 1개. 책을 읽다가 집중이 안된다 싶을 때 이어 플러그를 착용한다. 글을 쓰다 집중이 안될 때도 착용한다. 스타벅스에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도 사용한다. 세상의 소음과 잠시 거리 두기가 필요한 순간 이어 플러그를 꺼내 착용한다. 빠르면 10초, 길면 1분 뒤 귀 속에서 '찌잉' 소리가 들린다. 난 이 소음을 화이트 노이즈라 부른다. 화이트 노이즈가 내 양쪽 귀를 가득 채우면 집중이 시작된다. 글쓰기, 책 읽기, 사진 편집하기, 영상 편집하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을 때 유용하다.
처음 이어 플러그를 알게 된 건 제주행 비행기에서였다. 내 오른편 좌석에 앉은 승객이 승무원에 부르더니 뭐를 달라고 했다. 승무원이 승객에게 가져다준 것이 이어 플러그였다. 주황색이었다. 크기는 약지 손가락 한 마디 정도였다. 옆자리 승객은 이어 플러그를 받은 뒤 그걸 귀에 넣었다. 그러더니 팔짱을 끼고 잠들어버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이걸 끼면 나도 잠잘 수 있을까 해서 승무원을 불렀다. 옆 사람과 똑같은 걸 달라고 했다. 주황색 말랑 말랑한 그것을 내 귀에 넣었다. 그리고 스르륵 잠들었다.
그 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이어 플러그를 요청했다. 주로 잠잘 때 사용했는데 어느 날 잠자다 깬 뒤 화장실에 간 일이 있었다. 볼일을 보고 돌아와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그래서 기내에 비치된 잡지를 들췄다. 3M 이어 플러그를 귀에 꽂은 상태였다. 숨 쉴 때마다 내 숨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의 소음과는 멀어진 상태였고 비행기 엔진 소리도 작게 들렸다. 잡지가 이렇게 재밌는 줄 처음 알게 되었다. 몰입을 경험한 것이다. 3M 이어 플러그의 또 다른 기능을 알게 되었다.
3M 이어 플러그를 알기 전엔 집중이 필요할 때면 에어 팟을 사용했다. 에어 팟도 동일한 효과가 있긴 했지만 무게 때문에 1시간이 넘어가면 귀가 아팠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던 적도 있었다. 한데 음악을 듣다가 음악에 빠져 집중은커녕 삼천포로 빠진 적이 많았다. 지금은 3M 이어 플러그 하나만 사용한다.
집중 모드 전환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천 원이면 충분하다. 1분이면 충분하다. 집중이 필요할 때, 주변 소음과 단절이 필요할 때, 세상과 잠시 거리두기가 필요할 때 효과적이다. 언제든, 어디서든 집중 모드로 변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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