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처럼 사는 게 가능할까? 매달 새로운 곳을 여행하듯. 짐은 배낭 하나 정도만 챙겨서 언제든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는 것. 생각은 하지만 실천은 너무 먼 이야기다.
실제로 그렇게 사는 이가 있다. 유튜버 부부다. 이들은 전 재산을 처분하고 최소한의 짐만 챙겨 자유롭게 여행하듯 산다. 누군가에겐 꿈의 실현이고 누군가의 눈엔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들 부부는 어느 이야기에서 가족들과 조우하는 장면이 있다. 자주 민날 수 없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부모님은 걱정 어린 시선으로 이제 그만 정착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조심스레 꺼낸다. 한데 이들은 그럴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는 듯 말한다. 아직은 괜찮다고.
2022년 두 번의 이사를 했다. 한 번은 부모님의 거제도 이사, 다른 한 번은 나의 이사. 이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버렸다. 버리면서 미니멀리즘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유튜브 부부처럼 나도 배낭하나만 남기듯 살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물건은 살 때도 돈이 들지만 버릴 때도 돈이 든다. 대형 폐기물이 그 예다. 살 때만큼은 아니지만 에너지도, 시간도 투입된다. 여태 사모았던 물건들을 하나씩 버리면서 깨달았다. 소유한다는 것은 소유당한다는 뜻과 마찬가지란 것을. 물건을 소유하려 사지만 결국 물건이 나를 소유하는 것은 아닐까.
책도 많이 버렸다. 버리는 과정에서 지적 허영심도 같이 버렸다. 책을 사두면서 언젠가는 읽겠지 하며 방치한 책들, 표지가 깔끔한 책들을 버리면서 알았다. 무턱대고 생각 없이 책을 구입한 내 모습을 마주했다. 책은 최고의 인테리어라며 사 모으는 동안 많은 것을 낭비했다. 돈 낭비, 공간 낭비, 시간 낭비, 삶의 집중력 낭비.
읽지도 못할 책을 기분에 이끌려서 중독적으로 샀다. 이런 행위는 유흥이다. 흔한 쇼핑 목록 중 하나일 뿐이다. 요즘 같은 책의 홍수 속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니 읽을 책 안 읽을 책 구별이 더 어렵다. 기분 내키는 대로 책들 사 모으다 보며 어느새 거대한 벽이 되어버린 책들이 ‘읽는 기쁨’을 막아섭니다. 읽어도 읽어도 성취감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사막에서 사람이 죽는 이유는 길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사방으로 길이 나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제자리를 맴돌다 죽는 것입니다. 살기 위해서는 수천 갈래의 길이 아니라 스스로 확신하는 한 길을 정하고 걸을 수 있어야 합니다.
300권 넘게 책을 버리니 홀가분해졌다. 책장에도 여유란 것이 생겼다. 이제는 책을 살 때도 무언가를 소유할 때도 더 신중을 기해야겠다. 인생의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존재인 책에, 책의 권위에 더는 휘둘리지 않아야겠다. 내 삶과 무관한 책들에서 눈길을 거두어야겠다. 두 번의 이사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에리카 라인은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에서 미니멀리즘이란 자신에게 꼭 맞는 삶을 살겠다는 선택이라고 이야기한다. 막연한 미니멀리즘을 동경하는 것이 아닌 왜 내가 그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자신에게 질문해보라 한다.
여태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얻기 위해 애쓰기만 했을 뿐 가진 것에 만족하는 법은 배우려고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적더라도 나에게 꼭 맞는 것만 선별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그것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오류 찾기 >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생 단 한 번의 만남을 헛되이 날리지 않으려면 (0) | 2023.02.20 |
---|---|
메모한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하는 방법 (0) | 2023.02.19 |
어디서나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방법 (0) | 2023.02.17 |
이국종 교수가 의사가 되도록 이끌어준 말 한 마디 (0) | 2023.02.16 |
관대함은 사소함에서 시작한다 (0) | 2023.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