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를 시작한 뒤 담당 트레이너와 하루에 한 번 정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대화 주제는 음식이었다. 타임스탬프(시간이 자동으로 기록되는 사진 애플리케이션) 사진을 날마다 전송한다. 처음 한 달간 식사 패턴을 파악한 트레이너가 어느 날 이렇게 물었다.
“왜 그렇게 드셨어요?”
왜 그렇게 먹었냐니, 처음 듣는 질문이었다. 그냥 먹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하면 간단히 끝날 수 있는 대화였는데, 왜라는 질문이 붙이니 생각이 무한정 증식됐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느라 뇌가 빠르게 회전했다. 왜 그렇게 먹었지? 단순히 그 음식이 당겨서였던가? 아니면 다른 상황이 있었던 걸까? 집에서 나가기 귀찮았었나? 난 왜 이걸 먹은 거지?
들어본 적 없는 질문에 대답을 찾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다. 음식은 적당히 잘 먹으면 된다 주의였는데 왜 그렇게 먹었냐는 질문은 적당 주의를 물리쳤다. 음식은 내 몸을 만드는 일인데 여태 적당히 대충 처리했으니 몸도 적당히 애쓰는 데 그쳤나.
낯선 질문은 효과가 있었다. 음식을 차릴 때, 음식을 선택할 때마다 트레이너의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이걸 왜 먹으려고 하는 거지?' 질문 덕분에 조금 더 건강한 음식을 차리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 팁도 얻었다. 만약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을 때 마음속으로 점수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지금 먹고 싶은 음식 욕구 점수가 5점 밑이라면 참고, 7점 이상이면 죄책감 없이 먹는다. 내가 먹은 음식이 내 몸이 되는 걸 여태 놓치고 살았다. 몸이 먼저여야 하는데 식탐이 먼저였다. 놓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적당히 챙기지 말고 더 건강하게 챙기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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