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소설을 쓸 수 있지 싶었다. 아침에 눈을 뜨며 든 생각이다. 평소 꿈을 꾸지 않는 편인데 1년에 두 번쯤 꿈을 꾼다. 꿈꾸는 날은 2가지 경우다. 아픈 날과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날. 오늘은 후자였다. 악몽 비슷한 것을 꾸었다. 몸을 반쯤 접어 일으킨 뒤 다시 누웠다가 심장과 다리까지 스트레칭했다. 복층 바닥에 충전된 아이폰의 시계는 6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상하리만큼 스토리는 선명했다. 스토리가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빨리 옮겨 적어.’ 오피스텔 복층 계단을 뒷걸음으로 천천히 내려와 책상에 앉았다. 오른편 2단 독서대에 전시된 핑크색 노트를 펼쳐 기억나는 대로 이름과 장면만을 메모했다. 갑자기 왜 오늘일까. 최근 소설을 읽어서일까. 어제 인천 공항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가는 길에 박민규 작가의 단편집 더블을 읽었고 심윤경 작가의 설이를 주문했다.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에 한 달 동안 빠져 지냈다.
얼마 전 만난 초등학교 친구 하영이는 내게 그랬다.
“이야기는 네가 더 잘해.”
“네 말만 들으면 다 믿어야 할 것 같아.”
“꼭 교주 같아.”
그랬다. 정교 주는 수많은 별명중 하나였다.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지어낸다 해서, 지어낸 건지 알면서도 속아주는 친구가 하영이었다. 능청스럽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 뻥이 심하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내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안다. 술이 들어가면 튀어나오는 모습이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잘 기억한다. 특히 사람 스토리를 좋아한다.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생각하고 영화 같은 삶도 꿈꿨다. 드라마에도, 책에도 아직 안 나온 연애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야기꾼으로 살아야지 생각한 아침이었다. 하루키처럼 달리기를 시작해야지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직 드라마로 나오지 않았다. 이제 드라마를 써야 할 때가 되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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