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우연’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되는 것 같다. 운 좋겠도 내겐 참 많은 우연이 찾아왔다.
퇴사를 마음먹고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를 만난 우연, 생에 처음 삼천포 독서 모임에 참석했던 우연, 이후 다양한 독서 모임을 경험한 우연, <<메모 습관의 힘>>을 만난 우연, 신정철 작가님의 오프라인 수업에 참석한 우연, 광화문 교보 타워에서 은유 작가님을 만난 우연, 이민호 작가님을 만난 우연, 박종윤 작가님을 만난 우연, 디자인 워크숍에서 박요철 작가님을 만난 우연, 나코리님을 만나 ‘나는 사람책을 읽기로 했다’ 강연을 해본 우연, 연이어 3번의 강연과 성장판 강연까지 했던 우연, 어쩌다 글쓰기를 시작한 우연, 어쩌다 하루 두쪽 방을 만든 우연, 어쩌다 온라인 습관반을 맡게 된 우연, 어쩌다 감사 일기 방을 만든 우연. 이외에도 니체, 괴테, 몽테뉴, 카네기, 팀 페리스, 게리 비숍 등 수많은 지성인들을 만나 절실하게 필사했던 우연도 빼놓을 수 없다. 열거하자면 족히 두 시간은 걸릴 듯하다.
한 번의 우연이 생길 때마다 삶은 1도씩 궤도를 이탈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정현종 시인의 시처럼, 우연을 만날 때마다 어마어마한 일이 하나씩 생겼고 그것은 전혀 경험하지 못한 기회로 포장되어 있었다.
“오류님, 강연 한 번 하실래요?”
“석헌님, 모임 하나 맡아보실래요?”
“작가님 (사진 촬영을 하니 글 쓰는 작가는 아니어도 사진작가로 누군가는 나를 이리 불렀기에) 저희 회사에서 강연 좀 해주세요.”
“석헌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은데, 한 번 해보실래요?”
이런 얘길 들을 때마다 마음은 언제나 두 갈래로 나뉘었다.
‘네가 무슨 이걸 해, 네가 무슨 모임을 맡아, 제대로 감당이나 하겠어? 했다가 망신만 당하지 말고 지금 안 한다고 해, 지금 포기한다고 해, 괜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말고 얼른’이라는 쪽과 ‘아니야, 해보지 않고선 모르는 일이지, 잘할 진 모르지만 재미있을 것 같잖아, 해 봐, Yes라고 말해봐, 뭔가 가능성을 봤으니까 그런 얘길 한 게 아닐까’ 쪽으로. 예전 같으면 분명 거절할 일이었는데 어떤 이끌림 때문에 반대로 얘길 했다. 청개구리처럼.
인생은 모험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웨이크, 211p)
새로운 기회는 늘 두려웠다. 두려움은 목소리는 떨리게 했고 온몸의 근육을 일순간 수축시켰으며 심장을 제멋대로 널뛰기시켰다. 공연을 앞두고 무대 뒤에서 기다리는 연예인들도 이런 심정일까. 두려웠지만 피하지 않았다. 두려워도 그냥 해보기로 했다. 잘하는 건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걸 택했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이런 일이 내게 계속 일어나는 것일까? 행운은 준비된 자의 눈에만 행운으로 보이듯, 우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3년간 매일 해온 독서와 메모 덕분에 찾아온 선물. 뭐하나 내세울 것도 보여줄 것도 없어서 절실하게 했던 시간이 주는 선물. 절실했던 시간이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선물로 다가온 것이 우연. 혹 당신도 누군가에게 이런 비슷한 우연을 마주하게 된다면 꼭 손 내밀어 잡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건 절실했던 당신에게 우연이 주는 선물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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