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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거절합니다

by 오류정 2021.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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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 번 도와주시면 다음에는 더 좋은 건으로 의뢰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이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비용을 적게 받고도 일을 했습니다. 급한 건이니 이번에 도와주면 다음에는 더 좋은 기회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죠. 한 번 내려간 가격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리고 급한 건이 있을 때만 연락이 온다는 것도요. 

'지금 거절하면 앞으로 일이 안 들어올지도 몰라'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괜한 걱정이더라고요. 일은 내가 원한다고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거절한다고 해서 일이 끊기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잘못된 생각이 만들어낸 허상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이번에 한 번만'을 더 이상 믿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거절합니다. 거절하면 돈을 못 벌잖아요. 맞습니다. 돈을 못 벌어도 거절합니다. 가치를 제대로 봐주지 않는 사람과 일하면 결과도 그저 그렇더라고요. 그 사람에게는 저는 그 정도 가치밖에 안 보이니까요. 이젠 저를 제대로 알아봐 주는 사람 하고만 일합니다. 거절하지 않는 경우는 딱 하나 있습니다. 정말로 제가 원할 때, 바로 그때만 거절하지 않습니다.   

과거 저는 Yes맨이었습니다. 이제는 No맨으로 살려고요. 여러분들도 다 아는 No맨이 한 명 있어요. 바로 스티브 잡스입니다. 스탠퍼드 졸업연설에서 스티브 잡스가 했던 이야기대로 저도 제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스스로 가치를 깍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 시간이 돈보다 더 값지니까요.  

돌이켜보면 거절하지 못하고 상대의 요구를 무조건 수락하려고 애썼던 건 “넌 역시 착해.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남에게 좋은 사람이기 위해서 나에게 얼마나 나쁜 사람이었는지 모릅니다. 들어주면 내가 힘들어질 부탁, 시간이든 돈이든 내게 여유가 없는데도 거절하기 힘들어서 수락한 부탁은 ‘선행’이 아니라 나의 진심을 속인 ‘위선’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힘들고 여유가 없는데도 도움을 줬는데 그에 합당한 인사를 받지 못했다고 상대를 원망한 적은 없나요? ‘진심’으로 기쁘게 수락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진심’을 담아서 지혜롭게 거절하는 것이, 상대와 나의 관계를 살리는 길입니다.
(마음아 넌 누구니, 47p)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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