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너 완전 깨졌다며? 잘한다 새끼야. 동네 창피해서 어디 다니겠냐?"
"택이 졌다며, 에라이~"
"야, 너 발렸다며. 에휴 그래. 이때쯤 한 번 질 때 됐어."
동네 친구 정환, 도롱뇽, 선우가 택이 방으로 들어오며 시합에서 진 택이에게 한 마디씩 한다. 시합에 패해서 가뜩이나 침울한 택이는 친구들의 놀림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원망스러운 눈빛을 담아 바라보는 중이다. 따뜻한 위로는 고사하고 놀림만 던지는 친구들의 말에 참다못한 택이는 폭발하듯 속 얘길 꺼낸다.
"실수야."
짧지만 단호하게 한 마디 한 택이에게 도롱뇽은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응수한다.
"실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천재 바둑 기사가 실수를 하면 쓰나."
"난 뭐 맨날 이기냐?"
"저서도 안 되고 징크스도 안 되고 슬럼프도 안 되고 똥도 싸... 똥은 싸라."
맨날 이겨야 한다는, 자신을 스스로 억눌러왔던 강박적인 생각이 택이 안에서 밖으로 쏟아져 나온 순간이었다. 택이는 똥이란 단어에 잠시 시합에서 졌던 치욕스러운 감정이 일순간에 사라지고 웃는다. 웃는 택이에게 정환은 다음 말을 건넨다.
"야, 지금이 웃을 때냐? 욕을 해. 차라리 욕을. 봐봐 욕해봐. 이런 씨발 좆같네."
"이런 씨발 좆같네."
택이는 시합에서 진 이유가 자신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방에 오기 전 택이는 자책 중이었다. 자신이 실수만 안 했다면 하면서 스스로를 다그치는 중이었다. 자신이 완벽한 존재인 냥 착각하면서 끝을 알 수 없는 고통 속으로 점점 더 자신을 밀어붙이는 중이었다. 만약 친구들이 때맞춰 택이를 방문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시합에 진 택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어떤 위로도 나에게 닿지 않을 때가 있다. 시련이나 실패라 부르는 것들을 마주할 때다. 분명 난 이길 것이라고 난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은 종종 찾아온다. 이럴 땐 응답하라 친구들은 시합에 진 택이를 위로했던 방법을 써보는 건 어떨까. 친구들이 택이를 위로한 방법은 놀림, 웃음 그리고 욕이었다.
가끔은 그 어떤 위로보다 욕을 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욕을 하며 내 안의 쌓인 감정이 외부로 표출될 테니까. 혼자 속으로 감추기만 한다면 언젠간 폭발하기 마련이다. 그럴 땐 차라리 욕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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