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다. 다음이 어떻게 될지. 잘되고 못되고를 떠나 그냥 궁금했을 뿐이다. 궁금하니 계속해볼 수밖에. 다음이 어떻게 될지 뻔히 알았다면 아마 시도조차 해볼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몰라서 시도했다. 몰라서 도전했다. 모르니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그냥 하는 것. 해보다 보니 어떤 때는 실수했고 어떤 때는 성공했다. 모른다는 건 무식하다고 볼 수도 있고 미련하다고 볼 수도 있다. 무식보다는 미련한 것 같다. 미련해서 계속 하나 싶다. 미련해서 글도 계속 쓰는 것 같다. 알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으니까.
브런치에 글 써서 대상을 받고 작가가 된 이는 말한다. 브런치에 글을 써야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블로그 글이 이슈가 되어 출간 의뢰를 받은 작가는 말한다. 블로그 글 한 편을 띄우는 게 우선이라고. 700군데 투고해서 2군데 연락을 받고 작가로 데뷔한 이는 말한다. 최대한 많은 곳에 투고해야 한다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상했다. 나도 그들처럼 되길 바랬다.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출판사 제안 메일을 기대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될 것이라고. 하지만 내게 그런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지 않는 일이 많아지니 조바심의 감옥에 스스로 갇혔다. 결국 시간이 지나 깨달았다. 확신이란 결국 허풍에 불과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막는 장애물이라는 것을.
삶의 상수를 바꿨다. 되는 쪽이 아니라 안 되는 쪽을 상수로 두었다. 안 되는 걸 기본값으로 정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안 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세상은 원래 내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세상이 내 뜻대로 되어야 할 필연적인 이유도 없다. 대신될 수 있는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 노력 중이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진짜 안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해나간다. 오늘 하루 성실한 점 하나를 찍고 만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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