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경기를 시청하던 국민들은 열광했다. 역전승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박상영 선수였다. 결승전에서 헝가리 선수를 상대로 14대 10으로 지고 있던 박상영 선수에겐 희망이 없어 보였다. 마지막 1포인트를 내주면 경기는 끝날 판이었다. 카메라에 잡힌 박상영 선수는 혼잣말로 이렇게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TV를 시청하던, 경기를 중계하던 아나운서도 그 장면을 보며 박상영 선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박상영 선수는 어떻게 벼랑 끝에서 역전에 성공했을까?
리우 올림픽 참가 당시 박상영 선수는 유력한 메달 후보는 아니었다. 올림픽 한해 전에 십자 인대 파손과 수술을 받고 연습을 제대로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1년여 재활치료로 세계 순위는 21위까지 밀려났다. 부상 전에 세계 3위에도 오른 적이 있었지만, 재활치료로 인한 1년여 공백은 컸다. 대표팀에선 박상영 선수보다 세계 11위로 순위가 가장 높은 박경두 선수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한 정진선 선수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하지만 박상영 선수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이뤄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전승 뒤에는 13년 메모가 있었다. 선수 시절부터 꾸준히 써왔던 훈련 일지 메모가 역전을 이뤄낸 것이다. 박상영 선수가 쓴 <<금메달리스트의 메모의 이유>>에서 증거를 만날 수 있다. 박상영은 훈련 중에도 꼭 노트와 펜을 챙기는 사람이었다. 훈련이 끝나고도 적고 훈련 중에도 적었다. 훈련이 끝나고 적는 메모는 전체적인 틀을 담고 훈련 중에 적는 메모에는 세밀한 부분들을 적었다. '왜 이 상황에서 이 동작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스스로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이렇게 메모한 덕분에 훗날 2017년 세계 선수권 대회 예선 탈락하는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에도 지난 기록을 들춰보며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국가대표 선수들에겐 매일이 훈련이자 슬럼프다. 경기에서 이기려면 단 하나의 허점도 허용해선 안된다. 허점은 실점을 의미한다. 완벽에 가까운 공격과 방어를 펼친 사람만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올림픽뿐만 아니라 매 경기가 그렇다.
13년 기록했던 메모가 지금의 박상영을 만들었다. 매일의 기록은 스스로를 신뢰하게 한다. 그 증거가 리우 올림픽 결승전에서 나타난 것이다.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 메시지로 말이다.
꾸준함이 만든 결과다.
만약 박상영 선수가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운이란 준비가 된 자에게만 찾아온다고 했던가. 나를 믿게 하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운까지 불러오는 메모. 메모에는 설명하지 못할 이상한 힘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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