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지 결심했다고 글은 써지지 않는다. 글은 써야 써진다. ‘결심’은 생각이고 ‘쓰기’는 행동이다. 글은 결심이 쓰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이 쓰게 한다.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되는 날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날도 뭐라도 써야 한다. ‘뭘 쓰지’ 하며 ‘생각’만 하다간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한다. ‘생각’ 보다 ‘행동’이 우선돼야 한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땐 책을 읽거나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거나 빈 종이에 낙서를 하거나 모니터 화면을 마주 보고 몇 글자 타이핑을 하거나 해야 한다. 뭐라도 하다 보면 하나는 얻어걸린다. 실제로 행동하다 보면 어느새 글 쓰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쓰고 싶은 기분이 들 때 쓰면 좋겠지만, 첫 문장이 자연스레 찾아올 때 쓰면 좋겠지만, 쓰고 싶은 기분은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지 모르며 첫 문장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경험상 쓰고 싶은 기분은 한 달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했으며 첫 문장도 비슷했다. 물론 이미 쓰는 몸이 완성된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다. 나 같은 글쓰기를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글 쓰는 작가들은 이걸 예전에 깨달아 글이 나오는 환경을 찾아다니거나 써지지 않을 때도 반복적으로 자신만의 루틴대로 행동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쓰다 보면 안다. 매일 마음에 드는 글은 안 나온다는 걸. 마음에 드는 글은 가문에 콩 나듯 나온다는 걸. 하지만 써야지 마음에 드는 글도 나온다는 걸. 마음에 드는 글을 쓴 날은 하루 종일 신이 난다. 처음엔 한 달에 한 번 나오던 것이 한 달에 두 번 나오고, 한 달에 세 번 나오는 게 글쓰기다.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의 책을 읽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있다. 서문에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이 책은 10년의 경험치, 7년의 결과물, 3년의 노력 등으로 밝힌 것이 그것이다. 어려움에 대해 당당히 밝히진 않은 작가라 할지라도 뒤에선 매일의 노력이 있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치열하게 한 글자를 쓰기 위해 노력했던 작가의 굽은 등을 책을 읽을 땐 전혀 알지 못하다가 글을 쓰면 알게 된다. 작가들의 노고가 눈에 선하다.
모든 세상의 원리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매일 반복한 것은 언젠가 결과로 나온다는 점에서 말이다. 결과는 한 번에 뚝딱 나오지 않는다. 결과는 시간을 써야 나온다. 결과는 지리멸렬한 반복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하얀 화면을 마주하고 한 단어, 한 문장, 다음 문장, 한 문단 누구나 예외 없이 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그렇게 문단이 쌓여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행동 반복 작업. 글쓰기는 결심의 산물이 아니다. 행동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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