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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글을 쓰는가?

by 오류정 2021.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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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글을 쓸까? 한 번도 스스로에게 해본 적 없는 질문을 받았다. 어젯밤 글쓰기 강연에서다.

글을 쓰는 데는 크게 4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기록의 즐거움, 경제적 자유, 배움의 보람, 지적 희열의 욕구. 이 중 나는 어디에 해당할까? 지적 희열 안에는 우월감, 지적이고 싶은 본능, 열등감 극복 등이 들어가는데 내가 여기에 해당했다. 열등감 극복의 도구이자, 지적이고 싶은 본능 그리고 남들보다 우월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글을 쓰는 것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랑하려 글을 쓰다니. 나의 성장을 위해서도 아니고 남들을 돕기 위해서도 아니고 오직 자랑하려고 글을 썼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한편으론 자랑하는 게 뭐 어때서라는 마음도 생겼다. 네이버 블로그에 예전에 썼던 '서평을 쓰는 이유'라는 글이 떠올랐다. 서평을 쓰는 이유는 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글에 이렇게 썼다. 읽은 책을 자랑하려고 쓴다고. 자랑하려고 서평을 쓴다니. 지금 생각하면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되지만 여전히 그런 것 같다. 지금도 자랑삼아 글을 쓰는 걸 보면. 몽테뉴가 처음엔 남들에게 자랑하려고 책을 읽다가 점점 더 지혜로워지려고 읽다가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책을 읽는 단계로 나아갔듯, 나도 같은 전처를 밝고 있다. 책 읽기는 무희의 책 읽기의 단계까지 온 것 같은데, 물론 혼자 착각이겠지만, 쓰기는 이제 초기 단계나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여태 쓴 글을 보면 책을 만나 이만큼 성장했던 이야기도 그렇고, 남들보다 책을 많이 읽었다는 걸 자랑하려는 본심은 여전히 작동 중이다.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는다. 이게 바로 지적 우월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월감은 결핍에서 비롯된다는데 나의 결핍은 이렇다. 내세울 것 없는 학벌, 내세울 것 없는 직업, 내세울 것 없는 수입.  내세울 것 없다는 게 부끄럽다는 뜻은 아니다. 남들이 보기에 그렇다고 평가되는 것일 뿐. 하지만 내면의 아이는 내세울 것 없다고 여기나 보다. 내면 아이의 욕구가 글쓰기에 그대로 투영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달 상담받았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일맥상통하는데, 꼭 2가지를 생각해보고 하라는 말이 떠오른다. 자랑이냐, 나누는 것이냐.

현재는 자랑 쪽이 51퍼센트 정도 차지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브런치에 7번 떨어진 것도 자랑 때문이었다. 자랑에서 나눔으로 방향을 살짝 틀었더니 8번 만에 합격했다. 이제 글의 방향도 틀 때가 되었나 보다. 딱 2퍼센트만 바꿔봐야겠다.

계속 잊어버리니 프린트해서 붙여놔야겠다. 자랑 vs 나눔. 눈에 보여야 잊어버리지 않고 잊지 않아야 행동하게 될 테니까. 결론을 이렇게 내기로 했다. 여태 나는 자랑하는 글만 써왔다. 정확하게는 자랑하는 글을 많이 썼다. 가끔씩 나눔의 글을 썼다. 이제는 바꿔보려고 한다. 나눔의 글을 더 많이 쓰고 자랑 글은 가끔 쓰기로. 단지 순서만 바뀐 것뿐이니까. 방법은 이렇게 해야겠다. 모든 글은 티스토리에 먼저 쓰고, 나눔으로 판단되는 글은 브런치에 올리는 걸로. 생각이 정리되었으니 이제 실행해야겠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라고 다음에 다시 질문을 받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처음에는 자랑하려고 쓰다가 지금은 좋은 걸 나누려고 쓴다고. 좋은 걸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쓴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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