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책 쓰기 과정에 대해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 책장에 있는 책 쓰기 책이나 글쓰기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서 처음 몇 페이지를 훑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인데, 거의 모든 책이 주제를 선정하고 쓰라고 한다는 점이다. 주제 선정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처럼 말하고 가르친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주제를 브레인 스토밍 해보라고도 이야기하고 남들 앞에서 10분 정도 떠들 수 있는 것을 주제로 삼으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주제 선정조차 어려워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오랜 경력을 가진 것도 아니며 유명인도 아니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는 로드맵을 따르기 어려운 이유다. 무엇을 쓸지 정하고, 목차를 쓰고, 자료를 모으고 글을 써라는 조언은 학술적 글쓰기에 기초하고 있다. 즉, 대학 교수들의 이론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정작 책을 출간한 작가들의 강연에서는 책 쓰기 책에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대부분은 책을 쓰려고 의도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쓰게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 책을 썼을까? 책들이 이야기하는 로드맵을 그대로 따랐을까? 물론 그렇게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이란 것이 일률적으로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서술은 더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 쓰기 책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나만 하더라도 집에 책 쓰기 관련 책이 20권 정도는 있는데 실제로 책을 쓰면서 열어본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책의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책을 읽다가 무언가 떠올라 글을 쓰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생각은 선형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방사형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매일 글을 쓰는 신체를 먼저 만드는 것이다.
글을 쓰는 신체를 만들려면 매일 무언가를 써야 한다. 어떤 날을 글쓰기에 대해 쓰고 다음 날은 독서에 대해 쓰고 어떤 날은 관찰한 사람들에 대해 쓰고 어떤 날은 실수에 대해 쓴다. 이런 식으로 쓰다 보면 주제들이 점점 방대해진다. 초반에는 그렇다. 하지만 계속 쓰다 보면 공통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개 12개를 넘지 않는다. 나만 하더라도 독서, 글쓰기, 실패담, 성장 스토리, 음식 이야기, 살사 이야기, 꾸준함, 자취 이야기, 문제의 원인과 이유다.
이렇게 매일 쓰다 보면 어느새 수북하게 쌓인 원고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난 40개의 원고가 차면 그때 초안을 만든다. 기획서를 말한다. 40개 정도가 있으니 목차의 배열만 잘하면 어느새 근사한 초고가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되면 초고를 한 번 읽어보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간다. 그리고 투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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