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옆엔 쓰레기가 쌓인다. 4년 전 나는 쓰레기였다. 사회생활로 만나는 사람들 중 꽤나 잘 나간다는 사람들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옆에 있으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려나 하는 생각에, 내가 이런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 하며 있어 보이고 싶어서, 이 사람들 옆에 있으면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아서 그랬다. 그런데 나한테는 묘한 냄새가 났다. 꽃 향기는 아니었다. 땀 냄새 비슷한 이상한 냄새였다.
그 사람들은 나를 만나면 가끔씩 이상한 듯 쳐다봤다. 자기랑 달라서 쳐다봤나? 잘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냄새가 나서였나 보다. 한번은 여름날 버스에 탔는데 뒷자리 아주머니가 그랬다. '썩은 내가 나네 썩은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디서 그런 냄새가 난다는 거야.' 사실 그 냄새는 내 냄새였다. 사실 자기 냄새는 자기가 못 맡는 법이니까.
내가 쓰레기임을 알게 된 건 책 덕분이었다. 책을 읽었더니 내가 그동안 쓰레기 같은 짓만 골라했단 걸 알게 됐다. 사람을 돈으로만 판단하고 만나왔던 것이었다. 선물을 줄 때도 돌아올 선물을 기대하면서 줬고 내가 이번에 밥을 샀으니 다음에 상대방이 밥을 사겠지 하면서 샀다. 그리 사람들을 만났더니 점차 주변에 쓰레기가 쌓였다. 다들 각기 다른 냄새를 풍겼지만 나는 알지 못했다.
4년이 흘렀다. 지금도 나는 쓰레기다. 하지만 쓰레기 짓은 그만뒀다. 기대도 내려놨다. 더 이상 쓰레기로 살지 않기로 했다. 돈은 내가 벌 수 있는 만큼만 벌기로 했다. 어차피 욕심내봐야 채워지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마음으로 4년을 살았다.
지금 내 주변엔 아름다운 꽃들이 산다. 꽃들은 내게 좋은 향을 전해주고 가끔 선물도 나눠준다. 감당하기 힘든 선물을 받는 순간이 조금씩 늘어난다. 가슴이 벅찬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눈물을 많이 흘렸다.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너는 꽃이야.'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쓰레기인데 왜 나한테 꽃이라고 했는지. 그런데 지금은 안다. 쓰레기 속에 묻혀 있느라 쓰레기에 전염됐단 것을. 4년이 지나 알게 되었다. 쓰레기는 깨끗이 씻어도 깨끗한 쓰레기다. 그래도 이왕이면 더러운 쓰레기보단 깨끗한 쓰레기가 낫다. 깨끗하면 언젠간 재활용 쓰레기로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살아간다.
나는 여전히 쓰레기다. 하지만 지금 내 주변엔 '너는 꽃이야.'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런 사람들 틈에 섞여 가끔 내 존재를 잊을 때가 많다. 달콤하게 나란 존재가 잊혀지는 순간 내게도 꿀벌이 날아오지 않을까 상상한다. 그리고 내게 말해본다. '석헌아! 너는 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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