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 알람이 울려서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카카오톡 선물 메시지였다. ‘뭐지? 누가 보낸 거지? 선물 받을 일을 한 게 없는데.’ 하며 성장 다단계 하루 두쪽 단체 카톡방을 확인했다. 선물을 보낸 사람은 꽃처럼~찐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친구였다. 처음 보는 닉네임, 한 번도 말을 나눠본 적 없는 친구라서 당황스러웠다. 카톡 메시지를 천천히 위로 스크롤했다.
‘오늘은… 얼마 전 별이 된 내 동생 생일날…이야. 두쪽 방… 아니 성장 다단계방 친구들한테 많은 위로도 받고 읽어도 읽어도 잘 모르겠는 책에 대해 빠져 빠져하게 해 줘서 참 고마운 오류한테도… 감사함을 소소하게 전해 본다 규^^’
‘고마워 잘 먹을게.’ 간단히 답장을 보냈다. 다른 일을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가슴속에서 훅 뭔가 올라왔다. ‘뭐지, 이 감정.’ 당황스러웠다. 호흡이 가빠진다. 생전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슬픔도, 분노도, 카타르시스도 아닌 내가 아는 감정 단어 사전엔 없는 감정.
맞다. 에니어 그램. 에니어 그램 감정 단어를 급히 찾아 읽었다. 눈에 들어오는 단어 ‘감격스러운, 목메는, 뭉클한’ 그러면서 떠오른 단어. 그리움과 공감.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설마 공감이라고. 거북하고 뭉클하고 왼쪽 눈이 사르르 떨리고 울컥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 그런데 왜 갑자기. 잠시 숨을 고르고 꽃처럼~찐의 상황을 상상해본다. 혼자 울고 있으려나, 카톡 글 쓰면서. 꽃처럼~찐이 보낸 메시지를 다시 천천히 읽어본다. ‘…’의 의미는 뭘까.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여태 용기가 나지 않아 참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용기가 나서 말을 하려니 잘 안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쓰긴 쓴 글. 이게 ‘…’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동생을 떠난 보낸 슬픔이 생략된 글.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한 마음.
가슴에 담아두기엔 벅찬 감정이다. 그래서 감정을 돌려주려고 글을 쓴다. 별, 별이 된 동생이 만약 선물을 보내면 어떤 선물을 보낼까 생각했다. 시집. 김용택 시인의 시집을 선물하면 되겠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니까. 시가 꽃처럼 찐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쓰다듬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물을 보내야겠다. 그리고 메시지도 함께.
‘사랑하는 동생이 하늘에서 보낸 선물’
참, 이상한 날이다. 진아 덕분에 기분이 하늘로 치솟았다가 찐이 덕분에 그리움에 휩싸였다가 다시 선물 받고 좋아라 하는. 기분이 롤러코스트 같은 날, 오늘은 6월 28일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중간에 우뇌찌릿이 또 나에게 선물을 보냈다. 큰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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