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처음인 주영이에게
어제 줌 미팅에서 들려준 이야기 고마웠어. 책을 만난 지 3년이 지나서 처음의 내 모습은 어땠었는지 잊어버렸는데, 주영이 얘길 듣고 내 모습은 어땠지 하면서 예전의 노트를 들춰봤어. 많은 이야기를 한 번에 다하기보다는 독서가 처음인 주영이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5가지만 뽑았어. 3가지만 쓰려다 쓰다 보니 5개가 되어 버렸네. 더 많이 알려주고 싶은 내 마음이니 이해해줘. 이 편지를 읽어보고 혹시 모르겠거나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언제든 카톡으로 알려줘.
1. 하루에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에 15분 부터.
하루 한 시간의 여유가 생기지 않으면 책을 읽지 않았다는 얘기 들려줘서 고마워. 맞아, '독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왠지 최소 한 시간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지. 나도 처음엔 그랬어. 처음 책 읽기 시작했을 때가 떠오르네.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책상 정리가 안되어 있는 거야. 그래서 책을 펴기만 해놓고 책상을 정리하다가 30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었지. 그래도 폈으니까 몇 페이지만 읽어보자고 읽었던 기억이 있어. 한 시간을 읽으면 좋아.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시작하면 너무 부담이 돼서 오래 하지 못해. 그래서 내 조언은 시간 날 때 읽어보라는 거야.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 15분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 매일 바쁜 일들의 연속이겠지만 잘 찾아보면 하루 15분 정도의 시간은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야. 예를 하나만 들자면 식사 전후의 15분이 있을 수 있겠지. 한 번 직접 찾아보고 알려줘. 독서의 핵심은 양이 아니야.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느냐야.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쉬워. 팔 굽혀 펴기 하나를 매일 하는 사람과 일주일에 한 시간 몰아서 하는 사람 어떤 사람이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 독서도 마찬가지야. 일주일에 한 시간 몰아서 하는 독서보다 하루에 15분씩 꾸준히 하는 독서가 더 좋아.
변화의 시작은 하루 1%로 충분하다. 하루 1%만 투자하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루는 24시간 x 60분, 1440분이고, 그 1%는 15분에 불과하다. 하루 15분만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라. 10년 후 미래로 미리 가보라. 그리고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 즐거운 마음으로 즉시 실천하라. 하루 1%만 잡아주면 나머지 99%는 저절로 달라진다. 10년 후엔 다른 세상이 열린다.
(하루 1%, 10p)
2. 느리게 읽기.
처음 책을 읽으면 읽기 속도가 느려. 내가 책을 읽는 건지 글자를 읽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을 거아. 눈으로는 책을 따라가는데 계속 딴생각도 나고. 그래서 처음엔 손으로 글자를 가리키면서 한 글자 한 글자를 꼼꼼히 읽으려고 해 봐. 책은 빨리 읽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니야. 빨리 읽는 것보다 중요한 건 책에서 하나라도 배우는 거야.
얼마나 많이 읽느냐보다는 어떻게 읽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더 잘 읽는다는 것은 더 천천히 읽는다는 것이다.
(느리게 읽기)
3. 공감되는 문장에 밑줄 긋기.
천천히 읽다가 공감되는 문장이 있으면 밑줄도 쳐봐. 책은 깨끗하게 봐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어. 아니야. 책을 깨끗하게 보면 깨끗하게 잊혀. 이 내용은 <메모 독서법> 책에도 나오는 내용이야. 책은 깨끗하게 볼 필요 없어. 중요한 곳은 접기도 하고, 별 표시도 하면서 읽어도 돼. 낙서를 해도 되고. 그렇게 읽으면 책이 너무 더러워지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어. 만약 읽다가 정말 좋은 책이다 생각되면 새 책을 한 권 더 구입하면 되니까 문제없지.
단 하나의 밑줄이라도 그을 수 있다면 책값을 충분히 회수하고도 남는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 8p)
4. 두 줄만 노트에 옮겨 적어보기.
처음 책을 읽으면 자꾸 앞의 내용을 잊어버려. 그래서 앞에서 무슨 얘길 했더라 하면서 계속 책의 앞 페이지로 넘어가게 돼. 그럴 필요 없어. 책 내용을 다 기억할 필요도 없고. 우리 뇌는 한정적이라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는 계속 자동 삭제되기 마련이야.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그러니 구태여 기억하려고 하지 마. 대신 오늘 읽은 내용 중에서 인상 깊은 내용을 두 줄만 노트에 옮겨 적어봐. 기억은 잊어버려도 노트에 쓴 내용은 남게 되니까. 노트는 지워지지 않으니까.
다른 이들에겐 쓸모없어 보일지라도 제게 감동을 주는 것들을 잘 수집해두면 분명 쓸모가 있을 거라 믿거든요. 간혹 주변 사람들은 저에게 별것도 아닌 일에 호들갑 떤다고 하지만 저는 이런 기록들이, 기록을 해가는 과정이 마냥 즐겁습니다.
(기록의 쓸모, 13p)
5. 혼자 보다 여럿이 함께.
혼자서 책을 읽었더니 이틀을 못 가더라고. 재미도 없고. 지루하기도 하고. 그래서 난 독서 모임을 찾았던 것 같아. 독서 모임에서는 함께 책 읽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궁금한 건 물어보고 가끔 수다도 떨고. 운이 좋으면 같은 고민을 해본 친구들에게 조언도 얻을 수 있으니까. 주영이는 이미 모임에 들어왔으니까 참 다행이야.
독서 모임은 조금은 어색하지만 일상의 새로운 시도, 서먹한 책들과 가까워질 계기, 운이 좋다면 고민하던 문제의 답까지 찾을 수 있는 뜻밖의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독서 모임 꾸리는 법, 10p)
쓰다 보니 많이 길어졌네. 5개를 전부 다 해보면 좋겠지만 만약 힘에 부친다면 3가지라도 꼭 해봐. 읽기로 마음먹었으니 도움을 주고 싶어서 보내는 편지니까. 주영이의 변화를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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