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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서 쓰기로의 전환은 우연히 일어났다.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쓰는 나를 발견했다. 계속 읽은 덕분이다. 뭐든 차면 넘치는 게 이치니까.
쓰기는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쓰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쏟아내긴 잘하는데 포장하는 것도 잘했기 때문이다. 김연수 작가는 글쓰기는 아랫도리를 벗고 남들 앞에 서는 일이라고 했는데 내 글은 아직 아랫도리를 벗을 준비가 되지 않아 보였다. 화려한 문장을 쓰고 싶었고 잘 쓰고 싶었지만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글쓰기는 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쓰다가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망가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걸, 허름한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는 걸, 아이러니한 내 생각을 보여줘야 한다는 걸 말이다.
결국 쓰기는 남에 대한 감탄으로 시작해서 나에 대한 절망으로 끝나는 반복 작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꺼이 그 반복 작업을 감수하는 사람이 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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