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摯蟲 (진지충)
웃자고 하는 말에 과도하게 진지하게 반응해 덤벼드는 것. 상대방은 웃고 즐기자는 측면에서 가벼운 농담을 던졌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까칠하게 받아치거나 정색하여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나무 위키 사전에 정의된 사람이 나다. 웃자고 한 말에 과도하게 진지하게 반응하는 사람, 상대방의 가벼운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까칠하게 반응하는 사람. 45년째 진지충으로 살고 있다. 매사가 진지하기에 재미가 없는 사람이다. 유머라곤 1도 찾아보기 힘들다. 99.9 퍼센트 진지에 0.1 퍼센트 유머를 더하면 딱 내가 된다.
진작 난 스스로를 알아봤던 것 같다. 난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평생을 재미에 시간과 돈과 체력을 쏟았다. 재밌어 보이거나 재밌다 생각되는 것들은 반드시 찾아서 했다. 노래, 방송 댄스, 인라인 스케이트, 웨이크 보드, 스노보드, 자전거, 수영, 등산, 여행, 사진, 음식 그리고 술까지. 모두 재밌었지만 지속하지 못했다. 길면 3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만났다. 10년 전 직장에서 도저히 이대로 못 살겠다 싶어 휴가를 내고 떠난 제주 여행에서였다. 별안간 책을 한 권 사야지 생각했다. 책이라면 수면제로 여겼던 내게 생긴 별일이었다. 책과의 만남 이후 일상은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삶의 우선순위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과거 전쟁에서 도서관을 불태운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책은 생각을 조종하고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만난 뒤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글쓰기다. 글을 쓸 때 난 재밌는 사람이 된다. 아니, 재밌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릴 적 내 별명 중 '정 양념'이라는 가면을 꺼내 쓴다. 딱딱한 글, 재미없고 밋밋한 글에 조미료 같은 재미를 넣으려 노력한다. 글 한 편에 3가지 조미료(재미, 감동, 정보) 중 하나는 반드시 첨가하려고 한다. 맛있는 글로 읽히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4년째 지속 중인 진지충의 취미는 글쓰기다. 4년째 매일 했지만 이 취미는 지루할 틈이 없다. 쓰면 쓸수록 쓰고 싶은 것들이 는다. 처음엔 일기부터 시작했고 시, 소설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책을 내보겠다며 투고도 하는 중이다. 또한 쓸수록 매일 다른 재미를 발견한다. 아마 남은 평생 계속 쓰게 될 것만 같다. 아니, 계속 쓰면서 살고 싶다. 혹시 당신도 나와 같은 진지충이라면 오늘부터 쓰기의 재미를 찾아보길 권한다. 쓰기가 일상보다 더 재밌는 일상을 선물해줄지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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