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책 한 권 안 읽는 사람인데, 50권 정도 도전해보려고 하는데, 책 추천 리스트 같은 게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어떤 대답을 해드리면 좋을까요?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은 사람에게 50권의 책 추천 리스트를 준다면 과연 그분은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추천 리스트는 리스트를 작성한 사람 기준입니다. 아마도 추천 리스트를 작성하신 분은 책을 이미 많이 읽으신 분일 확률이 많습니다. 이미 읽기 능력이 탁월해지신 분이겠죠. 그분이 작성한 추천 리스트에는 보통 고전도 들어가 있고 사회 문제를 다룬 책도 들어가 있고 어떤 의미를 담은 책들 리스트가 많을 것입니다. 1년에 책 한 권 안 읽었던 사람이 추천 리스트에 책을 읽는다면 이해를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다 이해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지 신경학자이자 아동 발달학 자이며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인 메리언 울프는 <<다시 책으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읽는 능력을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문해력은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후천적 성취 가운데 하나입니다."
동의합니다. 읽는 능력은 타고 난 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개발해야 가능한 영역입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가 떠오릅니다. 40년 책을 한 권도 안 읽던 오류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눈으로 읽긴 읽는 데 도무지 집중이 안되더라고요. 읽으면서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책을 읽는 건지 글자를 훑는 건지, 이해는 되는 건지 마는 건지 하면서 읽었습니다. 집중을 방해하는 주위 요소들도 읽기를 방해하는데 한몫했었고요. 책을 매일 3년 정도 읽었더니 이젠 알겠더라고요. 읽기도 운동과 같다는 걸요. 처음부터 잘 읽기는 힘들단 것을요. 읽기도 매일 같이 조금씩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을요.
해서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은 이것입니다. 추천 리스트를 얻기보단 직접 서점에 가보시라고요. 꼭 직접 서점에 가보시면 좋겠습니다. 서점에 직접 가셔서 책 냄새도 맡아보시고 사람 구경도 하시면서 책들을 둘러보세요. 베스트셀러 코너도 보시고 스테디셀러 코너도 보시고 신작 코너도 보시면서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보세요. 그렇게 걷다가 눈에 딱 꽂히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을 한 권 사보세요. 남들이 추천하는 책 말고 현재 내 관심사에 끌리는 책을 선택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심사가 없다면 현재 내 문제를 해결해주는 책도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연애랑 비슷합니다. 상대방에게 관심이 먼저 생겨야 연락하게 되고 점점 더 궁금하게 되는 것처럼요.
또 다른 방법은 책 읽는 방법에 관한 책을 읽어보시라는 겁니다. 책 읽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소리 내어 읽는 방법도 있고 메모하면서 읽는 방법도 있고 손으로 써가면서 읽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떤 분야를 시작할 때 잘하고 싶다면 먼저 그 분야를 잘 이해하고 시작하면 좋겠죠. 읽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무턱대고 책을 읽기보다는 읽기에 다양한 형태를 먼저 만나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읽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시 책을 못 찾으시겠다면 3권 정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메모 독서법>>,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책 먹는 법>>
혹시 여러분에게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추천 리스트를 좀 달라고 하면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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