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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유기 그릇 (1)

by 오류정 2018. 12. 3.
굴 조각이 나왔다. 아빠의 유기그릇에서. 

“어째 내 국에서만 이게 나오노”
“그러게요 당신이 깐깐해서 그게 들어갔나봐요”
“내가 깐깐하나?”
“내 주변 사람들은 밥 먹을 때 아무 소리 안하고 밥 먹습디더. 당신은 맨날 짜다, 싱겁다 맨날 얘기하잖아요”
“건강한 잔소리는 약이야. 당신의 발전을 위해서 하는 소리야. 다른 건 없어”
“내 주변 친구들은 맨날 나한테 요리 잘한다고 맛있다는 얘기만 합니더”

“엄마 요리 맛있어요”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나도 밖에 나가면 친구들한테 당신 요리 잘한다고 얘기해” 

잠시 침묵이 흐른다. 

“나이가 드니까 입맛도 변하나봐요. 맨날 잘하려고 하는데 어떤 날은 짜고 어떤 날은 싱겁네요. 어렸을 때 태커이가 맨날 밥상에서 요리가 짜다, 싱겁다 그러고 서커이는 그냥 말없이 다 먹고. 태커니 결혼할 때 내가 그랬어요. 태컨아! 결혼해서 와이프 한테는 절대로 그런 투정 부리면 안된다. 그래 선지 요즘은 아무 얘기 안하는 것 같네”

엄마의 진심어린 잔소리 덕분인지 일주일에 세 번 서울에 오는 태커니는 정말 요즘에는 아무 얘기 없이 밥을 잘 먹는다. 제수씨에게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가끔 홍성집에 가면 손수 요리를 직접 하는 모습을 봤다.  

엄마는 아빠의 잔소리를 다 받아내며 지내신다. 가끔 한 번씩 폭발할 때도 있다. 일년에 두 번쯤. 담아 놓고 쌓고 쌓여서 한계치가 이르렀을 때 가끔씩.  

‘좋은 잔소리는 약이야.’ 과연 그럴까? 잔소리 라는 단어가 너무 싫다. 듣기 거북하다. 잔소리 말고 더 좋은 단어는 없을까? 좋은 충고라고 하면 어떨까? 좋은 충고는 약이야. 한결 부드럽지 않은가. 

‘싫은 얘기하게 되는 내 맘을 몰라’
‘좋은 얘기 나누고 싶은 내 맘을 몰라’
‘하나부터 열가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그만 하자 그만 하자’
아이유의 잔소리 노래 가사다. 

뼈있는 잔소리 대신 달콤한 칭찬이 약이다. 뼈있는 잔소리는 독이다. 가끔 아빠도 내 앞에서 그러신다. ‘니 엄마 잔소리 듣기 싫으니까 하지 말아야지.’ 당신도 듣기 싫은 말을 왜 계속 하시는지 이해하기 참 어렵다. 진심은 아니라 하지만 말이 곧 그 사람인 걸 왜 모르실까? 그냥 딱 그만하면 그만인 것을. 그만하자.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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