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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강연34

변기를 볼 때마다 나에게 미안해진다. 화장실 변기를 볼 때마다 나에게 미안해진다. 그리고 매번 뒷일을 깨끗하게 받아주는 변기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변기는 매번 더러운 걸 받아주지만 하얗게 웃는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편하게 다 쏟아내’ 하는 것 같다. 매일 한 번, 가끔 두 번, 속이 불편할 땐 몇 번이고 뒷일을 받아주는 친구. 변기는 자신이 기꺼이 더럽혀지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또 항상 자리를 지켜준다. 더러울 때도 깨끗할 때도, 부끄러울 때도, 당당할 때도.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아한다. 요즘 무얼 먹는지, 무얼 먹고사는지 매번 확인시켜주는 친구가 변기다. 내가 사는 오피스텔은 남동향으로 창문이 하나 있다. 창문이 하나라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다. 해서 환기를 자주해야 한다. 냄새에 유독 민감한 나는 요리를 하거나 화장실을 다녀.. 2022. 2. 7.
아침은 과일만 먹는다 아침은 과일만 먹는다. 2022년 1월 1일부터 그리 먹었다. 구정 설날 아침을 제외하곤 모두 지켰다. 부모님 덕분에 44년간 매일 아침 따뜻한 밥과 국을 먹었던 몸은 과일을 먹으니 싫다는 듯 꾸르륵 소리를 냈다. 몸은 변화를 싫어했다. 책에 따르면 과일은 30분이면 소화가 되니 몸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먹으라는 충고를 따랐다. ‘충분히’라는 단어에 끌려 시작한 일이다. 충분히 먹었다. 처음 일주일은 배가 고플 때마다 먹었다. 섞어 먹기도 했다. 바나나와 키위, 사과와 배, 바나나와 사과를. 섞어 먹었더니 위가 또 싫어했다. 더부룩하고 답답했다. 덕분에 화장실을 두세 번씩 다녀왔다. 몇 번의 시행착오 뒤에 과일을 한 종류만 먹어야 한다는 걸 스스로 알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자 변화가 .. 2022. 2. 6.
평생 책만 읽으며 살 순 없을까 책의 즐거움을 알게 된 뒤 ‘평생 책만 읽으며 살 순 없을까’를 고민했다. 일은 줄이고 책 읽는 시간은 늘렸다. 일이 있는 날엔 일을 하고 돌아오면 밥도 안 먹고 책을 읽었다. 책을 어느 정도 읽어야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밖에서 오염된 마음은 책을 통해 정화되었다. 일이 없는 날엔 줄곧 책상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었다. 앉아서 읽다 지루하면 누워서 읽고 서서 읽고를 반복했다. 책을 읽을 땐 비루한 현실은 멀어졌고 덮으면 현실이 다시 튀어나왔다. ‘어떻게 하면 남은 평생 책만 읽으며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나름 답을 찾았다. 덕분에 넉넉하진 않아도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을 책을 읽으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약간 거짓말을 보태면 출판사 직원도 나만큼은 못 읽지 싶은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잠깐이.. 2022. 2. 5.
메모하는 친구들은 따로 있다 하루 두줄 책을 읽고 메모하는 모임을 만들고 운영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처음 5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14명으로 인원이 늘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1년을 함께하는 친구는 5명이다. ‘친구’라 표현은 했지만 참여자들의 나이는 나보다 많거나 어리다. 하루 두줄 메모 방의 원칙은 두 가지다. 매일 책을 읽고 하루 두줄 메모하는 것 하나와 반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친구를 만날 때를 제외하곤 반말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라도 반말을 마음껏 해보자는 취지로 반말을 운영원칙에 포함시켰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처음엔 다들 낯설어했지만 지금은 나이를 잊어버렸다. 심지어 다른 단톡방에서도 반말이 튀어나온다는 반응을 보일 때면 나도 덩달아 기분 좋아진다. 첫 시작부터 함께한 도연이가 최근 좋은 책.. 202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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