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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책만 읽으며 살 순 없을까

by 오류정 2022. 2. 5.

책의 즐거움을 알게 된 뒤 ‘평생 책만 읽으며 살 순 없을까’를 고민했다.

일은 줄이고 책 읽는 시간은 늘렸다. 일이 있는 날엔 일을 하고 돌아오면 밥도 안 먹고 책을 읽었다. 책을 어느 정도 읽어야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밖에서 오염된 마음은 책을 통해 정화되었다. 일이 없는 날엔 줄곧 책상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었다. 앉아서 읽다 지루하면 누워서 읽고 서서 읽고를 반복했다. 책을 읽을 땐 비루한 현실은 멀어졌고 덮으면 현실이 다시 튀어나왔다.

‘어떻게 하면 남은 평생 책만 읽으며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나름 답을 찾았다. 덕분에 넉넉하진 않아도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을 책을 읽으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약간 거짓말을 보태면 출판사 직원도 나만큼은 못 읽지 싶은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잠깐이지만 일로서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한 적이 있다. 해서 출판사에 들어가야 하나를 고민했었다. 이런 변변찮은 나를 두고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놀 때’ 자격증도 따고 ‘놀 때’ 다른 공부도 하라고.

책은 괴로움과 불안을 달래주는 ‘한 줌의 정적’이며 책 읽기란 그 정적을 자기 안으로 들여 내면화하는 일이다.
-슈테판 츠바이크-


처음엔 괴로움과 불안에서 멀어지려 책을 들었다. 책을 읽으며 평화와 흥분, 웃음과 감동을 맛봤다. 계속 읽다 보니 책 읽기의 모습도 점차 바뀌었다. 괴로움과 불안을 피하기 위해 읽다가 좀 더 지혜로워지려 읽다가 현재에 이르렀다. 지금은 어떤 목적이 있어서 읽는다기보다는 그냥 책 읽는 시간 자체가 좋아서 읽는다. 또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읽는다. 그렇게 책은 내게 휴식이자 삶이자 놀이가 되어 버렸다. 앞으로도 계속 오늘만 같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