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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강연34

엄마의 눈이 내게 말을 했다. “저 왔어요.” “어~ 왔어.” 엄마는 떡국을 준비하고 계셨고 아빠는 인기척이 없었다. 외투를 벗어 놓고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를 도왔다. 거의 다 됐으니 절하고 밥 먹자고 하신다. 거실로 나가니 어느새 아빠는 소파에 앉아계셨고 엄마도 옆에 앉으셨다. 작년에는 바닥에 앉으셔서 절을 받으셨는데 올해는 무릎 때문인지 절을 소파에서 받으시는구나 했다. 큰절을 하는데, 엄마가 손수건으로 콧물을 닦고 계셨다. 바닥에 무릎을 꿇는데 눈물이 샜다. 애써 들키지 않으려 코를 조금 들이키며 일어났다. 아무 일도 없는 척했다. 들키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생각했다. 정확히 세어보진 안았지만 아마 10초 정도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하던 거 잘해봐라. 건강이 제일이다. 몸도 좀 만들고... 2022. 2. 1.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 은유 작가는 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라는 니체의 말대로, 불확실한 삶의 긴장 상태는 글쓰기의 좋은 조건이다. 불확실한 삶의 긴장 상태를 쉽게 표현하면 어정쩡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어정쩡한 상태는 결국 글쓰기의 좋은 조건이 되는 셈이다. 딱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어정쩡한 나는 아침부터 스트레스에 머리가 아팠다. 내일 받을 스트레스를 하루 전날부터 받는 셈이다. 내일 오전 상황이 머릿속에 계속 그려지는 데 딴짓을 해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글로 쓰는 중이다. 설날 아침 풍경은 이런 순서다. 지금은 독립해서 나와 사니까 지금 기준으로 얘기를 해야겠다. 오전 7시쯤 샤워를 한 뒤, 7시 30분쯤 본가로 향한다. 부모님께 ‘저 왔어요~.’라고 인.. 2022. 1. 31.
난 늘 과대평가 되었다. 난 늘 과대평가되었다. 타고난 목소리와 체형 덕분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굵은 목소리 덕분에 중창단 솔로를 맡았다. 솔로를 맡아 좋았던 건 잠시였다. 솔로는 제일 먼저 노래를 시작해야 하는 사람이다. 만약 솔로가 시작부터 음을 틀리거나 목소리에 힘이 없으면 공연은 망하게 된다. 부담감이 얼마나 컸는지 가끔 무대에 오르기 전에 손가락에 쥐가 났었다. 부담감은 수만 번 연습으로 이어졌다. 꿈에서도 연습했다. 첫마디를 시작으로 5초 정도 뒤부터 사람들이 도와주리란 걸 잘 알고 있다. 눈을 질끈 감으며 있는 힘껏 목소리를 짜내기를 수차례 했고 다른 사람의 소리가 합쳐지는 순간엔 안심했다. 내 몫은 여기까지다. 소리가 합쳐지는 순간까지 해내면 그 뒤로 나는 입만 뻥긋하기도 했다. 지금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중고.. 2022. 1. 30.
글이 안 써질 때도 글을 쓰는 법 시간도 마음도 내 편이 아닌 날이 있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아침에 글 한 편 쓰기는 이미 물 건너갔고 오후에도 도무지 집중이 안된 상태로 흘러간다. 남은 건 저녁 식사 후 시간밖에 없다. 마음에선 계속 의심의 소리가 새어 나온다. ‘난 과연 오늘 중에 글 한 편을 써낼 수 있을까?’ 글쓰기를 피하고 싶게 만드는 소리다. 혹시 질문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난 과연 오늘 중에 글 한편을 써낼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 대답은 두 가지뿐이다. Yes 이거나 No.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 ‘난 어떻게 하면 오늘 글을 써낼 수 있을까?’ 질문을 바꾸자 멈췄던 뇌가 다시 회전을 시작한다. 글을 꼭 앉아서 써야 할까? 아니다. 꼭 글을 앉아서 써야 한다는 생각이 쓰지 못하게 한 것일 수 있다. 급히 스마트폰을.. 2022.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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