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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강연34

내가 간직한 이야기는 아직 상영되지 않았다.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지 싶었다. 아침에 눈을 뜨며 든 생각이다. 평소 꿈을 꾸지 않는 편인데 1년에 두 번쯤 꿈을 꾼다. 꿈꾸는 날은 2가지 경우다. 아픈 날과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날. 오늘은 후자였다. 악몽 비슷한 것을 꾸었다. 몸을 반쯤 접어 일으킨 뒤 다시 누웠다가 심장과 다리까지 스트레칭했다. 복층 바닥에 충전된 아이폰의 시계는 6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상하리만큼 스토리는 선명했다. 스토리가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빨리 옮겨 적어.’ 오피스텔 복층 계단을 뒷걸음으로 천천히 내려와 책상에 앉았다. 오른편 2단 독서대에 전시된 핑크색 노트를 펼쳐 기억나는 대로 이름과 장면만을 메모했다. 갑자기 왜 오늘일까. 최근 소설을 읽어서일까. 어제 인천 공항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가는 길.. 2022. 1. 28.
왜 그렇게 드셨어요? PT를 시작한 뒤 담당 트레이너와 하루에 한 번 정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대화 주제는 음식이었다. 타임스탬프(시간이 자동으로 기록되는 사진 애플리케이션) 사진을 날마다 전송한다. 처음 한 달간 식사 패턴을 파악한 트레이너가 어느 날 이렇게 물었다. “왜 그렇게 드셨어요?” 왜 그렇게 먹었냐니, 처음 듣는 질문이었다. 그냥 먹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하면 간단히 끝날 수 있는 대화였는데, 왜라는 질문이 붙이니 생각이 무한정 증식됐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느라 뇌가 빠르게 회전했다. 왜 그렇게 먹었지? 단순히 그 음식이 당겨서였던가? 아니면 다른 상황이 있었던 걸까? 집에서 나가기 귀찮았었나? 난 왜 이걸 먹은 거지? 들어본 적 없는 질문에 대답을 찾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다. 음식은 적당히 잘 먹으면 된다 주의였.. 2022. 1. 27.
무엇을 쓸지 생각하면 더 못쓴다. 글 쓰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이 있다. 바로 무엇을 쓸지 '고민'하는 것이다. 무엇을 쓸지 고민하면 글이 써지지 않는다. 고민하는 순간 괴로움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괴로워지면 피하고 싶어 진다. 피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글이 써지지 않는다. 글은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써지는데 움직이지 않고 머리만 쓰니 글이 안 써지는 것이다. 고민이 글을 방해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멈추면 된다. 고민을 멈추고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을 쓰면 된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쓰면 된다. 오늘 날씨에 대해, 들었던 음악에 대해, 지금 순간에 대해 쓰면 된다. 지금을 쓰면 써진다. 그러니 고민을 멈추고 새 글을, 지금을 써보자. 2022. 1. 26.
무용의 오지랖이 유용의 오지랖이었던 날 현재 살고 있는 오피스텔 1층 도시락 사장님이 씁쓸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걸 발견하고 말을 건넸다. "오늘 아침에 비가 왔나 봐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도시락 사장님은 얼굴빛이 어두웠고 웃음기는 없었고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캠핑 준비는 잘하고 계세요?" "아,,,,니요. 마음 접었어요. 같이 하려던 친구가 안 하겠다고 해서요." "무슨 고민 있으세요?" "후.......... 사람 때문에 많이 힘드네요."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장님이 안 돼 보였다. 작년, 그러니까 3개월 전에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마주했었기에 더욱 그랬다. 매니저 하던 친구가 그만둬서 제주도로 마음 정리하러 다녀오셨던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이런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여러모로 안쓰러웠다. 젊은 사장님이.. 2022.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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