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번 생에 자취는 처음이라

딸기는 무조건 냉장 보관이에요

by 오류정 2021. 1. 31.

일요일 아침, 대청소를 했다. 대청소라기보다는 소청 소라고 해야 맞다. 집이 4평이니. 쓰레기통을 비우고 재활용 쓰레기도 내다 버렸다. 1층에서 잠깐 바깥바람을 쐰다. '벌써 내일이 2월이구나.'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여니 약간 쉰내가 났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는 냄새인가 한다. 어제 마트에서 사 온 딸기를 절반도 못 먹고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버린 터였다. 딸기에게 미안했다. 음식물 쓰레기도 내다 버리고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 문을 열었다. 저녁 찬이 2개 뿐이다. 오래간만에 영상 기온이니 장을 보러 나가기로 한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걸어서 5분 거리에 홈플러스를 가느냐, 버스를 타고 10분 거리에 등촌 시장에 가느냐다. 시장으로 출발했다. 

버스에서 내려 걷는데 인천에 사는 기재형에게 전화가 왔다. 밥을 먹는 중인지 뭔가를 씹는 소리가 들린다. 

"점심 드시나봐요"
"응~ 그려, 밥은 먹었냐?"
"네 점심 먹고 저녁 찬거리 사러 시장 왔어요. 혼자 살면 잘 못 먹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족발요."
"네가 아직 혼자 산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나 본데 시장에 가면 족발 5천 어치도 팔아."
"정말요? 시장 나오길 잘했네요."
"그래, 장 잘 보고 구정 때 놀러 와라."
"네~" 

등촌 시장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 왔을 때는 귤만 사서 돌아갔다. 오늘은 등촌시장 입구부터 끝까지 살펴보기로 한다. 입구에서 끝까지는 걸어서 15분이면 충분했다. 정육점이 4곳, 과일가게가 4곳, 다이소 1곳, 야채가게 2곳, 마트 1곳, 반찬가게 3곳. 걸어 다니면서 구경거리가 쏠쏠했다. 아참 떡볶이 가게가 3곳이었다. 과일가게를 지나치면서 눈에 띈 것은 단연 딸기였다. 딸기 사고 싶은데 며칠 못 먹고 또 버리면 어쩌나.

걷다 보니 어느덧 시장 끝자락. 유독 눈에 띄고 탐스러운 딸기를 발견했다.
"사장님, 이건 얼마예요?"
"6천 원이요."
"딸기 사고 싶은데 금방 상해서 귤이나 사야겠네요."
"딸기는 무조건 냉장 보관해야 해요. 저희도 냉장 보관했다 파는 걸요.”
“아, 정말요? 상온에 그냥 두면 안 되나요?”
“안되죠, 그럼 하루도 못 가서 상해요.”

그랬구나. 자취가 처음이다 보니 실수가 투성이다.

"그럼, 귤이랑 딸기 주세요. 집에 가자마자 바로 냉장고에 넣을게요."
"맛있게 드세요."

오늘 또 하나 배웠다.

'이번 생에 자취는 처음이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취하며 깨달은 것들  (0) 2021.02.02